[정론관]전해철의 ‘운명’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8.07.17 10:32

[the300]"문재인 정부 성공위해 다른 역할 찾을 것"

전해철 민주당 의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해를 많이 받는다. 사람 만나는 게 일인 정치인이지만 늘 주변의 시선이 부담이다. 누군가를 만나면 “왜?”, “어디서?”, “무엇을?” 등의 질문이 쏟아진다.

최근 ‘부엉이 모임’이 그랬다. “그냥 밥 먹는 모임”이라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는 이 모임에 몇 번 나가다 말았다. ‘전해철’이 가면 “그냥”이 “특별한”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이런 상황이 억울하지 않을까. 그는 “억울하면 정치 못한다. 내 정치 운명인 것 같다”며 웃고 넘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꼬리표가 붙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전 의원은 6.13 지방선거 후 지지층으로부터 당 대표 출마를 권유받았다. “문 대통령을 옆에서 지켜달라”는 요구였다. 선거(경기지사 경선)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당원들의 얘기를 마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이 역시 운명 아니겠나”고 생각했다.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그의 이름이 자주 거론됐다. 그리고 당 대표 출마설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는 당 대표의 조건을 생각해봤다. 당 대표는 첫째 강력한 당정 협력을 바탕으로 둘째 야당과 협치하고 셋째 당원과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생각하는 당 대표가 지녀야 할 3대 핵심가치다. 그런 당 대표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그는 또 오해를 받았다. “친문 핵심이 당 대표가 되면 청와대 거수기가 되는 것 아니냐”, “친문이 당 대표 선거에 나가는 게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부담일 수 있다” 등의 시각이었다. 지지층으로부터 걱정스런 얘기도 들었다. 그의 두 번째 핵심 가치인 ‘야당과 협치’ 대목에서다.


문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야당과 협치에 민감하다. ‘연정’이란 단어도 싫어한다. 꽉 막힌 국회를 풀려면 여당 대표가 야당을 끌어 안아야하는데 고민이 컸다. 전 의원은 “당내·외적으로 갈등이 쌓이면 안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런 고민을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민주당이 가야 할 길에 동의하고 실천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다면 제가 반드시 당대표로 나서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직접 당 대표로 나서면서 또 다시 불필요한 논란 등으로 당 혁신 실천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조그마한 걸림돌이나 부담이 될 여지가 있다면 저는 다른 역할을 찾는 것이 마땅한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전 의원은 이제 다른 역할에 자신의 정치 운명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는 “당 혁신을 형식적인 구호로만 외치지 않고 실천하는 역할이 내 운명일 것”이라며 “당이 위기 상황일 때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을 때 실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를 당 혁신의 밀알로 보고 실천에 옮겼다. 어쩌면 이번 불출마는 그의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에겐 기회가 찾아온다. 구호만 외치지 않고 실천을 보여준 그에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주어지지 않을까. 물론 이 정권이 끝난 이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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