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좋다'거나 '보기 좋다'는 이유로 외국인들을 허락 없이 찍어(도촬) SNS(사회연결망서비스)에 게시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여성 신체 대상 불법촬영이 문제라는 인식은 공유되고 있지만 여전히 촬영 당하는 이에게 허락 받지 않고 사진을 찍는 일은 별 문제의식 없이 마구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 출신 백인들을 향해 이 같은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들이 외국 모델처럼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고 여겨지는 데다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본인 계정을 찾아 직접 항의할 소지가 적어서다.
이런 사진을 게시한 이들은 여행을 가서 느꼈던 감성을 SNS에 남기고 싶었다고 답한다. 얼마 전 프랑스로 여행을 다녀온 B씨는 "풍경만을 담는 것보다 사람이 함께 담기는 게 더 예쁘고, 현지인들만의 느낌이 있어서 그 느낌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프랑스 아이들이 모여 웃고있는 풍경을 걸어뒀다.
이 같은 일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도 벌어진다. 얼마 전 대학생 이모씨(25)는 한 인스타그램 스타 게시자 C씨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C씨는 팔로워가 5000명에 달하는데, 한 외국인의 사진을 가까이에서 찍어 올린 것. 댓글에서 C씨와 C씨의 지인들이 "저분 우리 가게 단골인데"라는 대화를 나누는 걸 보니 C씨와 해당 외국인은 아는 사이 같지 않았다. 이씨는 "화장실이나 성관계 몰카 등이 큰 문제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의 사진을 몰래 찍어 게시하는 것도 큰 문제인데 이를 모르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진 게시가 문제적 행동이며, 자칫 민사상 손해배상금 청구를 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장은 "외국인들이 본인의 계정을 찾아와 초상권 침해로 신고하거나, 항의할 일이 적다고 생각해 이런 일이 버젓이 행해진다"면서도 "타인의 사진을 동의없이 찍어 올리는 건 명백히 잘못된 일이며 문제 의식을 가져야만한다"고 말했다.
김세라 경인법무법인 변호사는 "초상권 침해는 헌법에 명시된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면서 "누가봐도 본인인지 알 수 있는 사진인데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않았거나 동의 범위를 넘어서 SNS에 게시하는 등 초상권을 침해한다면 가해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금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SNS 문화가 발달했다곤 하지만 아직 초상권 등 권리침해가 왜 문제인지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앞으로 피해자 중 일부가 소송을 하는 등의 일을 통해 점차 문제의식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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