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효성 논란 자초한 가상통화 '자율규제'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18.07.17 13:49
축구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러시아 월드컵이 프랑스의 우승으로 33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대회는 극적인 명승부, 새로운 스타 탄생 등 수많은 스토리를 쏟아냈다. 반면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하 VAR)은 대회 내내 논란이었다. VAR은 골, 페널티킥, 퇴장, 선수 오인 등 상황에서 녹화 영상 확인을 거쳐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명백한 반칙을 잡아내지 못했고 일부 국가들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공정성 시비까지 불거졌다.

최근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내놓은 첫 자율규제 심사결과도 VAR처럼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협회 회원사들은 주로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 사이트들이다. 자발적인 산업규제를 통해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제도 취지는 공감할만하다. 그러나 그 자체가 외부 감시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명분이 되어선 안된다. 블록체인협회는 회원사 12곳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결과 모든 거래사이트가 자율규제 기준안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거래사이트별 점수 또는 등급처럼 비교 가능한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율규제 심사에 응한 12곳의 회사명만 공개했다. 전 세계 최초라는 의미 부여와 달리 알맹이가 없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거래사이트 해킹사고가 보여주듯 12곳 모두 자율규제 기준을 충족했다는 심사 결과도 신뢰하기 어렵다. 기술적 검증 없이 체크 리스트와 관련 자료 제출, 담당자 인터뷰 기반 심사가 이뤄졌고, 심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번 심사가 규제보단 컨설팅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VAR과 자율규제의 공통점은 철저한 준비 없이 제도를 시행해 실효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자율규제 참여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회원사 23곳 중 11곳은 이번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과연 협회의 자율규제 방안이 국내 가상통화 거래 업계의 신뢰를 높이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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