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비(非)엔지니어, 비서울대 출신 회장…'포스코의 혁신'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기성훈 기자, 한민선 기자 | 2018.07.16 05:30

[최정우號 포스코의 미래](종합)

편집자주 | 창사 50주년을 맞은 '국민기업' 포스코가 변화를 선택했다. 재계 서열 6위 그룹을 이끌어왔던 주류의 교체다. 비(非)엔지니어, 비서울대 출신 최정우 회장의 선택은 정치권의 외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인 동시에 도전이다.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창업이념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그의 앞에 놓인 과제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왼쪽)이 29일 포스코 창립 50주년(4월 1일)을 축하하기 위해 시청 광장 국기 게양대에 포스코 깃발을 게양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정우의 포스코, 내실의 포스코



[최정우號 포스코의 미래]①사상 첫 재무통 CEO로 내실 겨냥…제철보국 창업이념의 재해석

"중국의 공격적인 가격 공세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걱정입니다"

최근 재계 최고경영자들과의 골프 회동에서 최정우 포스코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의 단면을 내비쳤다.

공식 취임 전이지만 최회장의 머릿 속은 2차전지 주요 소재인 음극재와 탄소소재 사업 등 포스코의 앞날을 헤쳐가기 위한 신성장동력 관련 전략 구상과 고민으로 가득했다는 전언이다.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재계 6위(자산기준) 포스코 그룹의 새 수장에 오를 것으로 예정인 그는 재계 최고경영진을 만나 조언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최 회장 후보는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지만, 재계 내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그는 포스코 사상 첫 비(非) 엔지니어, 민영화 후 첫 비서울대 출신 회장 후보다. 그에게서는 전임 회장들과 달리 정권과의 끈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누가 선출돼도 '포스코맨'(포스코 근무 경력)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사내 비주류로 분류된 그를 굳이 '포피아의 선택'으로 치부하기도 힘들다는게 포스코 안팎의 평가다.

한 포스코 전직 고위 임원은 "포스코 50주년의 새 얼굴로 이례적 인물이 추천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50년간 끊임없는 확장으로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5위 철강사로 발돋움한 포스코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전 세계 조강생산량의 약 절반(49.2%)을 차지한 중국의 질적 도약이 예견돼서다.

2016년부터 진행된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은 이제 막바지다.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 등 대형 철강사들의 합병으로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부실 중소형 철강사들은 폐쇄해 나가는 작업이 신임 회장 임기 중 마무리된다.

이 같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생산량은 크게 줄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 조강 생산량은 8억 3170만톤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5.7% 늘었다. 이미 노후화가 심각한 공장과 비 허가 공장 위주로 폐쇄하는 데다 합병을 거친 대형 철강사는 생산을 늘려서다. 이전 50년과 달리 포스코는 이제 양과 질의 거대한 역습에 직면했다.

게다가 글로벌 경쟁 격화로 철강사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진다. 2000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까지 9년간 포스코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19.8%였던 반면, 2009년부터 9년간인 2017년까지는 한자리수로 떨어진 9.8%다.

티센크루프와 타타스틸 등 중국 밖 대형 철강사들도 합병을 거듭하는 사이 전 세계 조강생산의 고작 2.5%를 차지한 포스코가 이전과 같은 '확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제는 내실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상 첫 재무통 회장 선출의 배경이 여기 있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 회장 후보는 포스코와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에서 기획과 재무 업무를 주로 맡았다.

'숫자'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는 스타일이다. 그에게 따라붙는 또 다른 수식어는 '구조조정의 달인'이다. 포스코의 컨트롤타워격인 가치경영실장을 맡아 2015년부터 그룹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 71개 포스코 국내 계열사를 38개 줄였다. 해외 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감량했다.

'내실'을 겨냥한 재무통 회장 선출은 빠르게 진행되는 글로벌 철강산업 재편과정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도 있다. 독일 티센크루프와 신일본제철, 미국 AK스틸 등 전 세계 15개 주요 철강사 중 6곳의 최고경영자는 경영·경제학을 전공한 재무통이다.

내실을 겨냥한 비 엔지니어 출신 회장은 자연스레 전임 회장단들(소위 '포피아')로부터의 단절로 연결된다.

포스코 민영화 후 유상부(서울대 토목공학과), 이구택(서울대 금속공학과), 정준양(서울대 공업교육학과), 권오준(서울대 금속공학과) 전 회장은 모두 서울대 이공계 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내실보다 기술을 통한 성장과 확장을 우선으로 하기 쉽다. 이들이 포스코를 맡은 2000~2017년 포스코의 국내 조강생산량은 34% 늘었다.

최 회장 후보의 과제는 포스코의 창업이념인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재해석이다. 제철의 내실을 다져 그룹 전체의 뒷심을 마련하고 제철 밖 신성장동력을 찾아 '국민기업' 포스코의 다음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성장에서 내실로의 전환 의지가 새 회장 선출에 담긴 만큼 이전과 다른 '뉴 포스코'를 만들어 이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며 "이는 회사 안팎에서 여전히 터져 나오는 '포스코 잔혹사' 논란의 고리를 끊는 일 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문어발→선택과 집중→이번 '新산업'은?



[최정우號 포스코의 미래]②재무통으로 효율성 중시할 듯-소재·인프라 육성 중책

"철강 공급과잉, 무역규제 심화 등 철강업계 전체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비(非)철강 그룹사업에서도 획기적인 도약이 시급한 상황에 있다."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최정우 회장 후보를 선택한 주된 이유 중 하나다. 포스코가 철강 생산과 판매에 국한하지 않고 그룹 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이 절실하다.

포스코의 비철강 분야 사업 확대는 오래된 숙제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포스코의 터전을 닦았고 뒤이은 회장들은 철강 사업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었다. 철강 본업을 중시하는 것이 포스코의 숙명이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사업 다각화의 목소리가 커졌다. 2009년 취임한 정준양 전 회장부터 비철강 분야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다.

정 전 회장은 신성장동력을 강조하면서 비철강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적극 진행했다. 2009년 36개였던 포스코 계열사는 2012년 말 70개까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까지 겹치면서 포스코의 빚은 2012년 말 18조5033억원까지 늘었다. 2009년 말보다 6배에 달하는 규모다.

2014년 3월 취임한 권오준 회장은 미래신성장 동력 육성에 단서를 달았다. '선택과 집중'이다. 새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전임 회장의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를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권 회장 취임 이후 150여 건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한때 71개였던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해외 계열사도 181개에서 124개로 감소했다. 그러면서도 권 회장은 미래 첨단산업에 필수 소재인 리튬, 니켈 등의 개발에 힘을 쏟았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출신인 권 회장은 독자적인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튬 사업이 과거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 사업과 연관된다는 비판에도 권 회장은 기술력을 주목했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코가 지난 6~7년간 리튬에 투자해 지금까지는 연구개발 단계였다"면서 "지금은 리튬 추출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포스코그룹 이익의 80%는 여전히 철강 관련 분야에서 나온다. 철강만 가지고는 국내외적으로 더는 쉽게 성장하기 쉽지 않다. 비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재무통인 최 회장 후보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최 회장 후보가 철저한 경영관리를 바탕으로 기존 비철강 분야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본다. '효율성'을 중요 지표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포스코 안팎의 전망이다. 포스코는 앞으로 50년 뒤 철강 외 다른 사업 분야 매출을 6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프라 사업에서 40%, 신성장 사업에서 20%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비철강 분야에서 포스코가 걸음마 단계이지만 2차 전지 소재산업이 대표적 신성장 분야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수익을 늘릴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재(리튬 포함),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리튬, 양극재, 음극재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ESM은 연간 7000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해 국내외 주요 배터리사에 납품하고 있다. 포스코는 또 2020년까지 연산 3만톤 규모의 리튬 공장을 광양 양극재 공장 인근에 건설하고, 2만톤 규모의 니켈 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포스코켐텍은 2011년 독자기술을 적용해 음극재 양산에 성공했다. 올해 8·9호기 증설이 완료되면 연산 2만4000톤 체제를 갖추게 된다. 포스코켐텍에서 리튬 개발을 지휘했던 최 내정자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다. 리튬도 포스코가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포스코는 남미, 호주 등에서 리튬이 함유된 염수 및 광석 확보를 위한 사업 개발에 적극 참여해 안정적인 원료 기반을 확보·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역대 산업혁명을 이끈 소재가 철강이라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할수록 신소재의 중요성이 커진다"면서 "리튬과 니켈, 마그네슘 등 각종 신소재 사업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에서 근무한 최 회장 후보의 경력은 인프라 사업 진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대우를 통한 트레이딩 사업과 건설·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 사업 등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포스코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 회장 후보가 철강 이외의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았다"면서 "무리한 확장 없이 포스코 그룹의 변신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성훈 기자



포스코≠국영기업≠CEO 잔혹사



[최정우號 포스코의 미래]③'국영기업 포스코' 인식, '포스코 잔혹사'로 연결

역대 포스코 회장 8명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사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이른바 '포스코 잔혹사'다.

비(非) 주류로 불리며 외압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최정우 회장 후보가 선출된 과정에서도 이 같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나마 덜했다고 하는 그의 회장 내정에 정말 외압이 없었는지도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정권의 외압은 대부분 드러나지 않다. 입증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외압설이 정설로 굳어진 까닭은 역대 회장들이 물러나는 모양새가 모두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밀려나는 형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첩을 통해 드러난 청와대의 포스코에 대한 개입 정황은 잔혹사의 배경이 외압이라는 확신을 더욱 키웠다.

사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한 포스코는 제도적으로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도 받았다.

포스코는 1997년 사외이사제 도입 이후 사실상 '오너 없는 기업'임에도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췄다고 평가받아 왔다. 사외이사 추천을 별도 외부 기구에 맡겨 외부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갖췄다. 이사회의 60%는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시민운동을 할 당시인 2007년 주도적으로 도입한 'CEO 승계 카운슬'로 회장 선출 과정도 투명화했다.

승계카운슬은 최종 면접 대상자를 추천위에 제안하고, 추천위가 심층 면접을 통해 1명의 회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추천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포스코를 다섯 차례나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잔혹사가 끊이지 않은 근본적 원인은 이 회사가 '주인 없는' 기업이어서다. 10.79%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의 최대주주다. 아무리 제도를 잘 짜놔도 CEO 선임 권한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정권 외압을 견디기 힘든 구조다.

포스코 잔혹사는 초대회장을 지낸 고(故) 박태준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박 회장은 1992년 10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 당선인과의 불화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박 초대회장에 이어 1992~1998년 사이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회장 등 무려 3명의 회장이 옷을 벗었다. 황 전 회장과 정 전 회장은 '박태준 사단'으로 분류된 인물들이었다. 김 전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4년간 재임했지만,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0년 완전 민영화 이후로도 정권 교체기마다 포스코의 회장은 바뀌었다. 유상부 회장(1998~2003년)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고 중도 하차했다.

이구택 회장(2003~2009년)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년 뒤인 2009년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이 불거지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준양 회장(2009~2014년)은 취임 시점부터 이명박 정부의 후광으로 회장에 선임됐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각종 비리와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약 1년 만인 2013년 사퇴했다.

강력한 오너십이 없는 회사의 숙명이다. KT와 한국항공우주, 대우조선해양 등 포스코처럼 주인 없는 회사들은 예외 없이 비슷한 길을 걷는다. '오너 리스크'의 자리에 '관치 리스크'가 들어온 것이다.

관치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권 스스로 '민영 기업' 포스코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국가 주도 산업화의 상징인 포스코의 특성상 어느 정권이든 포스코를 기본적으로 국영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공기업 시절 타성을 버리고 주인의식을 세워야 한다"며 "특히 경영진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윤리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계파에 속하지 않아 회장이 됐다



[최정우號 포스코의 미래]④ 20년 만에 비서울대 출신 최정우 후보 낙점…50년 비전 마련한 기획재무통

포스코 내부에 세 가지 비공식적인 주류 모임이 있다. 첫째는 생산본부로 현장중심의 기술 전문가 조직이다. 그리고 둘째는 그로 인해 만들어진 서울대 공대 출신의 엘리트 조직이다. 두 계파는 결과적으로 일맥상통한다.

생산본부 출신 서울대 금속공학과가 주축이 된 이 모임에서 다수의 리더십이 배출됐다. 1998년 외부 출신인 김만제 전 회장 퇴임 이후 CEO를 맡은 유상부·이구택·정준양·권오준 회장이 모두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다.

포스코가 제철 중심의 그룹으로 제조 기술의 혁신으로 성장한 것은 이들의 공이 크다. 결과적으로 서울대가 주류가 됐지만 사실 이들은 실력 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상을 차지한 인물들로 평가된다. 제철소장이나 연구소장 출신으로 철강 본업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공로가 있다.

이들 내부에선 지난해 초까지 철강생산본부 본부장을 역임한 김진일 전 사장(용산고-서울대 금속공학과)의 회장 선임을 유력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마케팅 조직이다. 철강업은 고로(高爐)를 건설하면 일정량의 제품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어렵다. 때문에 판매 조직의 영업력이 실적에 직결된다. 마케팅 전문가로 성장한 이들은 그래서 회사 내에서 주인의식이 강하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상대로 영업하면서 회사를 지탱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는 이 계파 내에서 장인화, 오인환 등 두 사장들이 마케팅실 출신으로 대권에 도전했다. 특히 장인화 사장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MIT(매사추세츠대학교 대학원 해양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포스코 내부에선 갖출 건 다 갖췄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이런 배경에서 최정우 포스코 신임 회장 후보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 꼽힌다. 본인 자신도 회장에까지 오를 줄은 몰랐다는 게 지인들의 촌평이다. 최 후보는 1957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부산 동래고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에 입사해 생산본부가 아닌 가치경영실과 감사, 재무실 등 포스코 내부에선 이른바 '백오피스' 조직을 두루 거쳤다.

역설적으로 이런 약점은 최정우 후보에 득이 됐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승계 카운슬 위원들이 정치권 등에서 외압이 불거지자 계파에서의 자유로운 최 후보를 눈여겨본 것이다. 특히 최 후보는 회장으로서 갖춰야 할 다양성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그가 권오준 회장이 올해 초 계획한 포스코의 차기 50년 비전의 초안을 기획해 그룹 전반의 성장 지향점을 폭넓게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정우 후보가 주주총회를 거쳐 신임 회장이 되면 일단 회장 선임 과정에서 경쟁했던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리더십의 재신임이 예상된다. 그가 어떤 계파를 아우르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산본부나 마케팅 조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혁신 인사보다는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지향점을 구상할 것이란 예상이다.

최 후보와 함께 새 포스코를 이끌 새로운 리더십으로는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과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등도 거론된다. 포스코 회장 후보로 하마평을 받은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비주력 계열사에서 책임경영을 도맡을 최 후보의 우군으로 평가된다.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은 최 후보와 더불어 포스코 '재무통'으로 불린다. 이 사장은 최 후보보다 2년 늦게 입사했지만, 먼저 포스코컴텍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맡았다. 최 후보는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과 계열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최 후보와 김 사장은 2014년 3월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으로 나란히 승진하며 2015년 7월까지 한 배를 탔었다. 이후 김 사장이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로 선임되자 최 후보는 포스코 가치경영실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외에도 그동안 포스코 내에서 주류들에 눌려 있던 비주류들의 '반란'이 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후보가 이를 어떻게 잘 이끌어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한민선 기자



최정우 흔들기에…"러브레터 주세요" 혁신 다짐



[최정우號 포스코의 미래]⑤대내외 제안·충고 수렴-정치권 등 흔들기에도 치밀한 준비

"포스코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마음가짐과 신념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현 포스코켐텍 사장)가 밝힌 CEO(최고경영자) 포부 중 하나다. 이 같은 의지에 따라 최 후보는 포스코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사내외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로 했다.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인수위원회 성격의 조직을 따로 구성하지 않고 보고를 받고 있는 최 후보가 새로운 50년의 출발에 앞서 조직 혁신안을 공개적으로 찾겠다는 취지다.

최 후보는 지난 12일부터 포스코와 그룹사 홈페이지, 미디어채널인 '포스코뉴스룸', 사내 온라인채널인 '포스코투데이' 등을 통해 의견을 받고 있다. 최 후보는 '포스코에 러브레터를 보내 주세요'라는 글을 직접 올리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 사랑을 받아 성장해온 포스코가 지난 50년간 이룬 성과는 포스코 임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과 주주, 고객사, 공급사 등 이해관계자들 도움 덕분이었다"며 "포스코가 고쳐야 할 것, 더 발전시켜야 할 것 등 건전한 비판에서 건설적 제안까지 모든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27일 주주 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새 회장에 오르는 최 후보는 대내외 의견을 수렴해 취임 100일을 맞는 시점에 개혁 과제를 발표하고 강력히 실행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CEO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부침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권오준 회장 또한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일신상의 이유'로 올 4월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 후보에 대해서도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취임도 하기 전부터 흔들기에 나섰다.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과 포스코 바로세우기 시민연대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 후보를 배임과 횡령범죄 방조,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가 지난 10년간 포스코 비리의 공범으로 정준양 전 회장과 권오준 회장 시절 적폐의 핵심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포스코는 곧바로 입장발표문을 통해 "포스코 바로세우기 시민연대가 허위 사실로 포스코 회장 후보와 포스코 임직원, 주주들을 모독했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무고죄 등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CEO 후보 선정 이후 최 후보의 조용하지만 치밀한 행보는 정치권 등 보이지 않은 권력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포스코를 경영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고 말했다.

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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