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모차 못가는 지하철 수유실, "전수조사"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18.07.18 03:50

지하철 82개역 수유실 중 24곳…서울교통공사 "방안 마련"


13개월 된 아이 엄마 정모씨(34)는 최근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수유실에 가려다 황당했다. 수유실에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하 5층 승강장과 지하 1층 대합실을 잇는 승강기가 있었지만 수유실이 있는 지하 2층에는 서지 않았다. 역무원은 지하 1층 고객센터에 유모차를 맡기고 아이를 안은 채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방법을 권했다.

정씨는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며 여기저기로 이동하려니 정신이 없었다"며 "수유실을 찾는 엄마들 대부분이 유모차를 사용하는데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없는 곳에 수유실이 있어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처럼 대표적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역에 수유실 접근성은 문제로 지적된다.

승강장에서 수유실로 연결되는 승강기가 없어 유모차를 직접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역무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다.

머니투데이가 서울 지하철 1~8호선 277개 역사 중 수유실이 있는 82개 역(88개 역 중 중복 표기된 6개 환승역 제외)을 조사한 결과 24개 역이 수유실 가는 길에 승강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3개 역은 승강기로 수유실에 가는 방법이 전혀 없고 나머지는 지상출구·승강장·환승역 중 한 곳 이상에서 승강기로 가는 방법이 없는 경우다.

2·4호선 사당역·5호선 까치산역·여의나루역 등 3개 역은 지상이나 승강장에서 수유실까지 승강기만 이용해서 갈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 까치산역은 지상으로 이어지는 승강기가 없고 승강장보다 한 층 위인 지하 4층부터 지하 1층까지만 승강기가 연결됐다. 사당역도 2호선 낙성대 방면 승강장에서 계단 10여개를 내려가야한다. 여의나루역은 승강기를 타고 지하 1층에 가서 계단 42개를 내려가는 방법이 그나마 대안이다.

5호선 강동역·광화문역·6호선 상월곡역·7호선 수락산역 등 4개 역은 지하 승강장에서 대합실로 올라가는 승강기가 없다. 8호선 남한산성입구역·6호선 대흥역·동묘앞역·응암역 등 4개 역은 지상 출구에 승강기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수유실이 있는 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여러 노선이 만나는 환승역의 절반 가까이는 일부 노선에서만 유모차의 수유실 접근이 가능하다. 수유실이 있는 환승역 25개 역 중 13개 역은 일부 노선 승강장이나 환승구간에 승강기가 없다.


수유실 안내 정보가 잘못된 경우도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식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또타지하철'에 수유실을 운영하는 역명과 전화번호 등을 안내하고 있다. 수유실 위치를 알 수 있는 역사안내도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보가 틀리거나 부실해 이용자의 혼란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유실을 운영 중인 지하철역 중 16개 역은 홈페이지나 앱에 제공된 역사안내도에 수유실 위치가 나오지 않는다. 2호선 성수역과 3호선 옥수역에는 수유실로 가는 길에 승강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에는 승강기가 없는 것처럼 나와 있다.

11개월 된 아이 엄마 이모씨(31)는 "외출 전 항상 이동구간 내 지하철역의 수유실 여부와 위치를 확인한다"며 "지도에 수유실 위치 표기가 안 된 역은 역무실에 일일이 전화하느라 번거로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1호선에서 7호선으로 가는 환승 구간 계단층 중간에 있는 수유실. 가산디지털단지역 수유실은 7호선 쪽에서만 승강기를 타고 접근할 수 있지만 안내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사진=이영민 기자

지하철 역사 내에서도 수유실 위치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씨는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계단 층 중간에 수유실이 있어 당황한 적이 있다"며 "수유실에 가려면 무조건 계단으로 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7호선 쪽에서는 승강기를 타고 수유실에 가는 방법이 있었다. 수유실 가는 길이 복잡할 경우에는 역사 내 안내 표지가 충분히 돼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문제를 검토하고 신속히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수유실 접근에 문제가 있는 24개 역 중 5호선 광화문역·2호선 신설동역·8호선 남한산성입구역 등 3개 역에는 승강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수유실을 운영 중인 역을 전수조사해서 승객들이 유모차를 끌고 수유실에 갈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안내도에 수유실 위치가 표기돼 있지 않은 문제도 최대한 신속히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