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열일'하는 시니어 은행원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8.07.16 04:20
노배우들의 배낭여행을 그린 ‘꽃보다 할배 리턴즈’(꽃할배)를 시청하다 놀랐다. 출연진 중 배우 이순재씨가 우리 나이로 무려 84세다. 초고령에도 그는 ‘다작’ 배우다. 상반기에만 영화 1편, 방송 3편, 연극 2편을 소화했다.

영화·연극·드라마에서 노인 역할을 맡을 배우가 필요하다. 배우들이 초고령에도 일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배우가 80대에 일할 기회를 얻진 못한다. 역량과 경륜은 물론 ‘열일’(열심히 일한다)하는 자세가 필수다. 이씨는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마다 최선을 다한다. 꽃할배에서도 부지런한 성격으로 가장 먼저 준비를 마치는 이씨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은행권 노동조합은 현재 정년인 만 60세, 임금피크에 진입하는 만 55세를 3년씩 늦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 대상자 중 다수는 연봉을 깎아 정년까지 일하는 대신 남은 보수에 위로금을 얹어 받고 희망퇴직하는 게 현실이다. 정년·임금피크 진입이 미뤄지면 더 많은 보수를 받게 된다. 사측이 정년연장을 ‘더 일하고 싶다’보다 ‘더 받고 싶다’로 의심하는 이유다.

한 은행 고위인사는 “시니어 행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한 적 없다. 오히려 ‘모범적으로 일하는 선배가 돼 달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니어들 일부는 ‘선배들은 50대면 쉬엄쉬엄 일했는데 왜 하필 우리 세대부터 볶느냐’고 항의한다. ‘열일하는 시니어’들이 많지만 도매금으로 손가락질 받게 하는 말이다.


생산성이 높다면 청년이든 중장년이든 회사에 두는게 유리하다. 은행권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니어 은행원을 내보려는 이유 중 하나는 ‘항아리형 인력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 이유는 많은 시니어들이 젊은 사람보다 일은 덜하고 돈은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위로금을 더 주더라도 내보내는 게 회사에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청년에게 일자리를 양보하라’는 요구에 시니어 행원들이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꽃할배들처럼은 아니더라도 ‘열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많은 은행들이 희망퇴직한 중장년층을 다시 은행으로 불러들이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열일하는 선배’가 되기보다 ‘프리라이더’로 남는다면 정년연장 요구는 지지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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