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역사의 한단계 정리"…'긴급조치9호 위반' 무죄 구형

뉴스1 제공  | 2018.07.13 15:50

재심 재판 "금치산자 취급받고 낭인 생활 강요돼"
"가슴앓이한 분들과 위로 나누고파"…8월17일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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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정희 정권 당시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죄에 대해 재심 1회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News1 민경석 기자
박정희 정권 당시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 스스로 과거사 반성 차원에서 41년 만에 잘못된 재판을 바로 잡고 나선 것이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을 통해 대통령의 명령으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다. 이중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개정·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시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김 장관은 1977년 11월 서울대생 시절 유신체제의 부당함을 알리는 집회에 가담, 이듬해 긴급조치 9호 위반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은 2013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9호가 위헌으로 판결되자 이에 대해 유죄를 선고 받은 사건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11부(이영진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진행된 김 장관에 대한 재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에 "무죄를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심 청구서에서 검찰은 "긴급조치 9호가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났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이 재심사유로 정하고 있는 '무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김 장관은 40여년만에 다시 법정에 선 소회를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검찰이 다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안다"며 "재판부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개인적 소회가 왜 없겠나"라면서 "역사의 한 단계가 정리된다는 것, 특히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9호는 우리 사회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판결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가슴앓이를 한 많은 분들과 위로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41년 전 유죄 판결로 받은 불이익에 대해 "금치산자 취급을 받고 낭인 생활이 강요됐다. 학교도 못 돌아가고 사회생활도 못하고 취업도 못했으니까"라며 "1984~1985년 전두환 정권의 학원자율화 조치로 복학이 허용돼 그때서야 돌아와 나도 87년에 졸업을 했다"고 했다.

이어 "공직에 있는 분들은 자식 문제(긴급조치 9호 위반) 때문에 공직에서 물러나는 등 폭압적 상황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역사의 한 단계로 정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자신이 직접 이 사건 재심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는 국회의원으로서 이미 사회적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4년쯤 민주화운동 보상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그동안 고생한 많은 동지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더라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자들은 사회적 보상을 받았기에 형사적 보상은 안 받기로 성명을 낸 게 있다"며 위헌 판결에 따라 검찰이 재심을 청구하면서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41년 전 법정에서 자신에 유죄를 구형한 검찰이 다시 무죄를 구형한 데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폭압 체제가 워낙 강고해서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그때의 검찰 행위를 가지고 비판을 하거나 문제를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김 장관에 대한 재심 선고는 8월 1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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