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호소·우회… 중국이 더 힘센 미국을 만났을 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 2018.07.12 17:07

일본, 한국 등 과거 다른 국가와 분쟁 때 힘으로 밀어붙였던 것과 확연히 달라

임종철 디자이너
미국과 무역 전쟁에 돌입한 중국이 과거 일본, 한국 등 다른 국가와의 분쟁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접근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과거엔 보다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수단을 동원했다면 이번 미국과의 대결에서는 우군 확보에 집중하고,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도록 여론을 관리하는 등 한층 신중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영향력 면에서 자신들 보다 우위에 있는 세계 최강국과 맞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은 그동안 일본, 프랑스, 필리핀, 최근 한국에 이르기까지 다른 국가와의 무역 충돌에서 중국 관영 언론들이 적대감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해당 국가와의 거래를 거부하는 '보이콧 외교' 식으로 타격을 입혔다.

가장 최근 사례인 한국의 경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불거지자, 반한 감정이 크게 일어났고 한류 콘텐츠 유통 금지, 여행 제한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공격했다.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도 희토류의 일본 수출 중단하는 등 힘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번 미국과의 대결은 완연히 다른 양상이다. 미국의 잇따른 관세 공격에 대응하면서도 선제 공격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친시장 성향의 관료, 기업, 소비자 단체 등 미국 내부에서까지 원군을 찾는 데 전력하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유럽은 물론 최근 아랍 대표들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며 구애를 보냈다.

외교적으로 껄끄러웠던 일본,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뒤 낸 "공동으로 노력하며, 공동으로 자유무역규칙과 다자 무역체제를 수호하고, 공동으로 무역 패권주의에 반대하자"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기도 했다.


중국 내 해당국 기업에 대한 대처도 다르다. 한국의 경우 롯데마트에 대한 행정 제재를 통해 퇴출로까지 몰고갔지만 미국 기업에 대해선 직접 공격이 아닌 경쟁자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우회 압박하고 있다. 올들어 속도를 내고 있는 개혁 개방의 혜택을 무역 전쟁 와중에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 기업들이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거대 시장의 과실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무역전쟁을 끝내는데 힘을 실어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여론 대응도 딴판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인신공격은 삼가라는 보도지침이 관영 언론들에 내려졌다고 전했다. 과거엔 분쟁 국가 공격의 선봉으로 활용됐던 관영 언론들이 이번에는 대중 여론을 너무 자극하지 않도록 지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중국의 대응이 과거와 다른 것은 결국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FT에 따르면 최소 200만명의 중국인들이 지난 12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했으며, 더 많은 수백만명은 중국에 이민을 가거나 중국내 미국 기업이나 합작사에서 일하고 있다. 좌파적이고 국수주의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블로거인 시마핑방은 FT에 "미국의 영향력은 한국보다 10배 이상 강력하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사상, 중국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많은 인민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한 맞대응도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관세 대상에 중국에 필수적인 제품들이 많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상하이 푸단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선딩리는 "표면적으로 중국은 미국에 공격을 가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중국(자신)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다"면서 "관세 부과 대상인 대두, 항공기, 반도체 등은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제품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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