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재용 부회장, 낡은 손가방에 담아온 생각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18.07.12 17:20

11일, 3박4일 인도 일정 마치고 귀국…삼성, 조만간 文 대통령의 투자·고용 확대 요청에 답안 내놓을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이 인도 출장을 마치고 11일 저녁 김포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캐리어를 끌고 입국하는 이 부회장 뒤에는 함께 출장을 다녀온 고동진 삼선전자 IM부문장(사장)이 들어오고 있다./사진=김성은 기자

고작해야 1~2분 남짓한 시간이 걸릴 거리였다. 김포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공항 밖으로 나가는 출구까지의 거리 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1일 늦은 저녁, 인도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준공식 행사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등 안내를 마치고 귀국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서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이뤄진 후였기 때문에 짧은 이동 거리에도 취재진 질문이 쏟아졌다. 이 부회장은 묵묵부답으로 현장을 떠났다.

인도에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예상외 5분간 접견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했고 이 부회장은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총수가 이같이 응답한 이상, 삼성으로서는 머지않은 시일 내 고용 및 투자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LG와 SK 등을 방문했을 때도 즉시 대규모 투자안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전 계열사를 합쳐 100조원에 달하는 투자안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어떤 고용 및 투자안을 내놓아야 하는지에 더해 삼성이 하는 고민은 또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부각된 뿌리 깊은 반삼성 여론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문제다.


삼성전자는 이미 매년 3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사회공헌을 해왔고 지난해 한국 정부에 낸 조세공과금만 12조원이 넘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의 생산유발 효과는 166조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단순히 '많이' 내는 것만으론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어떻게'에 해당하는 삼성만의 사회 환원 내지 기여의 철학이 전달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총수가 재판 중인데다 그룹이 현재 여러 이슈에 연루돼있는 상황에서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시기가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시간에 쫓겨 엉성한 방안을 내놓기보다는 차라리 언제 어떤 형태로, 단계적으로 나눠서 발표해 나가겠다는 초안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조급증이나 완벽무결주의를 내려놓고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귀국길 '투자·고용을 늘릴지' '본격적 경영활동에 나설지' 등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결연해 보였다. 개인이 처한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삼성이란 기업의 입장에서 보나, 재계 전반의 시각에서 보나 확실히 터닝포인트가 될법한 인도 출장이었다. 출장길 늘 함께 하는 낡은 손가방이 이 부회장의 고민과 생각으로 가득 차 평소보다 무거워 보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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