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집값 안정…정책의지와 타이밍 사이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8.07.16 03:45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부동산이 경기활성화 도움돼도 최소한 집은 빼고 생각해야"

주택관련 정책은 어렵다. 고려해야할 변수가 너무 많다. 주택시장 활성화로 집값이 오르면 경기가 살아나고 국민들의 재산도 늘어난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좋은 동네에 가진 자와 아닌 자 사이에 세대 내, 세대 간 불평등이 확대된다. 소득불평등보다 훨씬 심각하다. 가계부채도 불어나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키운다. 불로소득도 늘어나 사회 정의가 훼손되고 사람들이 생산적인 분야에서 열심히 일할 유인도 줄어든다. 회사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 아니라 적당한 타이밍에 좋은 동네에 집 사놓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우울한 얘기다.

반면에 주택시장을 옥죄어 집값이 하락하면 불로소득, 불평등, 가계부채 문제가 완화되지만 경기에는 안 좋은 영향을 준다. 또 세금도 늘어나 국민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책 당국자들이 주택정책을 어려워하는 이유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주택경기 활성화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들인 불로소득 증가, 불평등 확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경기 활성화나 침체 그리고 증세는 단기적이고 바로 피부로 느끼는 이슈다. 사람들은 장기적인 문제보다는 당장 눈앞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은 쉽게 시행되지만 옥죄는 정책은 더뎌지거나 무뎌지는 이유다.

집은 투자자산이기도 하지만 삶의 터전이다. 인간 생활의 기본인 의식주의 하나다. 주거가 불안해지면 기본적인 생활이 힘들다. 이번 정부는 부동산으로 경기 부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어렵겠지만 올바른 판단이다.

경기 부양에 주택시장 활성화만한 것이 없다. 집값이 오르면 거래가 활발해져 중개업소도 잘되고, 이사를 많이 가니 이사업체, 인테리어업체가 잘되고 가구, 전자제품 등도 잘 팔려 경기활성화 효과가 곧바로 나타난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정책당국자에게는 마약과도 같다. 그러나 정책당국자가 그 마약을 먹는 동안 세대 내, 세대 간 불평등은 확대되고 불로소득이 늘어나 근로의욕은 떨어지며 전 국민이 비생산적인 활동에 몰두하여 국가 생산성은 하락하게 된다.


그래서 부동산으로 경기활성화하지 않겠다는 이 정부의 생각은 반갑다. 하지만 최근 미약한 종합부동산세 인상안 등을 보면 이런 선언이 잘 실천될 것인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믿어 보기로 하자. 이제는 정말 집값 폭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불로소득이 판을 치는 세상은 좀 바꾸자. 경기는 다른 수단으로 활성화하자. 부동산이 경기활성화에 잘 듣는 약이라면 최소한 집은 빼고 생각하자.

그리고 집값 폭등으로 우리 사회에 나타난 부작용인 불평등과 불로소득은 가능한 한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자. 가장 좋은 수단은 세금이다. 주택에 대한 양도세 및 보유세, 주택 증여 및 상속세를 크게 높이고 예외를 최소화해 집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최대한 차단하자. 늘어난 세수는 근로소득 감면에 활용하여 땀 흘려 일하는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을 늘려주자. 이런 방식은 소득주도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정책에는 타이밍이 있다. 경기 침체기에 집값 안정화 정책을 너무 세게 가져가면 침체의 골이 깊어진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 저소득․취약계층이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 정책당국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집값 안정과 불로소득 차단을 위한 정책을 미리 수립․발표하여 집값 안정에 대한 의지는 확실히 하되 집값 동향을 살펴 정책집행의 타이밍을 잘 가져갈 필요가 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주택관련 정책은 그래서 어렵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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