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경영권 매각 장기 표류에 경영난 가중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8.07.11 16:43

기관투자자, 주인 바뀔 운용사에 돈 안 맡겨…금융당국 심사 지연에 피로감 확산


일부 자산운용사 M&A(인수·합병)가 금융당국의 높은 문턱에 줄줄이 제동이 걸리면서 경영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길게는 10개월 가량 경영권 매각이란 불확실성에 휩싸인 탓에 주요 자금줄인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자산운용사들이 M&A 지연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9월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51%를 보유한 UBS AG로부터 주식 전량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1년 가까이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10년 전인 2007년 UBS에 지분 51%와 경영권을 넘겨 합작법인인 하나UBS자산운용을 설립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100%를 확보한 뒤 증권-자산운용사 간 투자 협업과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전문운용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의 분업화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를 노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최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M&A 최종 관문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조직 개편은 물론 인력 확충도 중단됐다. 기관투자자 신규 자금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조속한 심사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며 "UBS와 M&A 만료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지연이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DGB금융지주가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하이투자증권도 금융당국의 심사 보류로 장기 표류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 역시 모회사의 경영권 매각 지연으로 수익과 직결되는 수탁액 감소를 겪고 있다.

하이자산운용 운용자산(AUM)은 지난 6일 기준 10조453억원으로 1년 전(11조853억원)보다 9.4%(1조4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업계 전체 운용자산이 8.5%(81조406억원)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합병을 추진 중인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운용자산 역시 같은 기간 18.5%(1조256억원) 급감했다. 최근 뱅크론펀드 손실에 따른 환매도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당국 심사 지연으로 합병기일을 8월1일로 1개월 가량 미룬 상태다.

M&A를 앞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연기금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주인이 언제 바뀌는지 물어보는데, 알 길이 없어 늘 궁색한 답변만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선 기관투자자로부터 신규 자금을 유치하기는 커녕 기존 자금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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