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걸친 궁예도성, '남북공동 세계유산' 해볼만 합니다"

머니투데이 대담=배성민 문화부장, 정리=배영윤 기자  | 2018.07.11 03:50

[인터뷰]다음달 취임 1년 김종진 문화재청장 "남북 공동 유산 세계 관심 높아…지역별 문화재 발전 노력"

김종진 문화재청장./사진=홍봉진 기자


통도사, 봉정사 등 7곳 산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20년간의 '미륵사지 석탑' 복원, 주미 대한제국공사관(미국 워싱턴 D.C. 소재) 복원과 재개관, 문화재지킴이날 제정. 상반기 문화재 분야에서 정치·경제·사회 분야 이슈를 넘어선 대표적 뉴스다.

사실 문화재는 국민들이 당장 먹고 사는데 직접적인 연관은 많지 않다. 20세기가 '빨리빨리'와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이 지배했다면 참여민주주의 등이 확산돼온 최근 흐름은 문화재를 대하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남북관계도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고유의 문화, 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이처럼 굵직한 일들이 연거푸 일어난 시기에 청장을 맡아 다음달 7일이면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6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김 청장은 산사 세계유산등재와 관련해 문화재청 직원들과 외교부, 산사 추진단, 조계종, 각 지자체 등을 두루두루 언급하며 대부분의 공적을 '남의 공'으로 돌렸다.

늘상 거기 있음에도 존재의 가치를 상기시켜야 깨닫게 되는 사찰과 문화재, 자연유산의 면모와도 자연스레 겹쳐졌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사진=홍봉진 기자
가장 최근 일인 산사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앞서 '한국의 서원', '한양도성' 등 두 번 자진 철회한 이후라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자칫 반쪽자리 등재가 될 뻔 했는데 각 부처가 할 수 있는 분야를 충분히 존중하고 상호 협력한 것이 7개 산사 모두를 등재시키는 좋은 결과를 얻어낸 비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부채 이야기였다. 지난 5월 방한한 바레인(이번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의 마이 빈트 모하메드 알 칼리파 문화부 장관에게 문화재청 직원이 붓글씨로 아랍어를 쓴 부채를 선물했는데 칼리파 장관이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는 것. 칼리파 장관과 김 청장이 별도 만남을 가진 것이 아랍권 국가들의 지지에 큰 힘이 되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세계유산 심사기구 이코모스(ICOMOS)가 7개 산사 중 4개만 등재 권고했지만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연속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등재 신청되는 각 국 유산들도 여러 개 유산을 묶은 '연속유산'이 주를 이루고 있는 추세다. 심사에서도 이들 유산의 연계성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현재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의 서원', '한국의 갯벌' 등도 연속유산이다.

김 청장은 이코모스 권고사항 수정을 감안해 "세계유산으로서의 기본적 가치를 지키면서 모든 사람들이 산사의 분위기를 느끼고 쾌적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각 사찰에 맞는 적절한 관리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사 등재로 우리나라 세계유산은 13개로 늘었지만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한 곳 뿐이다. 김 청장은 "자연유산은 문화유산보다 연구가 부족하고 범위도 넓어 보존 관리가 어려워 세계적으로도 약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세계유산위원회도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 간의 불균형 해소를 중요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문화재 부분에서도 남북 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MZ와 강원도 철원의 궁예도성 등이 대표적. 최근 방한한 유네스코 대사들이 DMZ를 방문해 "이런 지역이라면 세계 복합유산으로 추진할 만하다. 지지할 수 있겠다"고 입을 모았다는 전언이다. 현재 북한 내 세계유산은 '고구려 고분군'과 '개성 역사유적지구' 2개다. 금강산과 묘향산 주변 유적은 잠정 유산으로 등재돼있다.

"철원 궁예도성은 남방·북방한계선, 비무장지대를 걸치는 공간에 있어서 상징적인 유적입니다. 조사·발굴해 복원한다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겠죠. 지뢰 제거 등 복원 단계에서 이뤄지는 모든 작업이 '평화'와 연결될 테니까요. 금강산과 묘향산, 설악산을 연결하면 복합유산으로써 가치도 높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남북 공동 등재에 관한 관심이 높은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얘기고, 우선 등재를 위해서 치밀하고 구체적인 준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실직적으로 협의·추진된다면 제대로된 의미를 갖고 등재할 수 있게 충분한 조사·연구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사진=홍봉진 기자
2001년 해체조사를 시작해 최근 보수정비를 마무리한 미륵사지 석탑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내년 3월 준공식을 기준으로 하면 21년이 소요되는 셈. 단일문화재로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기간이다. 김 청장은 "해체부터 조립까지 모든 과정에서 논쟁이 있었지만 진정성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복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며 "문화재 보존·복원 분야 새로운 기술과 재료 개발 등 성과가 있었고, 라오스·캄보디아 유적 복원 사업 지원에 도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직 9급 공무원을 시작으로 문화재청 과장과 차장, 청장까지 평생을 문화재 행정에 몸담아 온 김 청장에게 있어 문화재는 특별한 존재다. 그는 "문화재는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다"라며 "역사의 정신과 의지를 물질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국가와 지역의 유무형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적인 콘텐츠"라고 말했다.

"서울 경복궁, 경주 석굴암·불국사, 전주 경기전·한옥마을 등 단순한 문화재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해외 관광객들이 오잖아요. 각 지역별로 가치 있는 문화재는 다 있어요. 지역의 문화,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거점별로 조성·지원할 계획입니다. 대부분 문화재 하면 (주변 지역) 규제를 연상하고 거리감을 두려는 경향이 있는데 지역의 자긍심이 되도록 만들어진 것은 알리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없는 것은 만들어나가야죠. 각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지역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거점이자 심장으로 만드는 데 힘쓸 방침입니다."

과거에만 매몰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역사성이 있는 건물과 흔적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아쉬움도 토로했다. 국도극장 철거 등을 계기로 근현대 건축물과 문화재 보호를 위해 문화재등록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가 국과장 시절의 일이지만 최근에는 청장으로 그 가치를 재확인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취임 1년을 맞는다. 최초로 시도되는 가야사 연구 및 복원 추진, 문화재돌봄사업 확대를 위한 '문화재돌봄법' 입법 발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계획 수립, 궁중문화축전 및 문화재 활용사업 확대 등을 위해 바쁘게 달려온 1년이었다. 그는 "취임 후 문화재 관련 내부틀을 다지고 문화재에 대한 공감성 높이는 소통을 많이하려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항상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외부적으로는 국민들께 공감을 받고, 내부적으로는 명예와 자긍심을 가지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문화재 안내판, 매표방식 등 국민들이 문화재를 만나는 접점별로 불편 사항을 없애고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 딱딱한 안내판 개선은 시민자문단을 꾸려 국민참여 방식으로 두루 의견을 받을 겁니다. 문화재로 인해서 국민들이 규제를 받거나 제한받는 부분에 대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죠. 큰 변화도 중요하지만 큰 변화는 작은 데서부터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것을 세심하게 보다 보면 큰 것도 보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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