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노동이사 최홍엽 교수 "오너리스크 줄이는 실험"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8.07.10 04:00

[인터뷰]"금호타이어 잘 되도록 도우면서 근로자 권익도 보호하겠다" 포부

최홍엽 조선대 법과대 교수/사진제공=최홍엽 교수
"'오너 경영'이 거꾸로 '오너 리스크'가 되면서 새로운 기업지배구조 출현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난 6일 금호타이어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겸 국내 첫 민간기업 노동이사(근로자 추천이사)로 선임된 노동법학자인 최홍엽(53) 조선대 법과대 교수는 자신의 선임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기간 공약 중 하나다.

최 교수는 9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아직 사외이사로서 근무를 시작하지 않아 인터뷰가 부담스럽다"면서도 "금호타이어가 다시 우뚝 서도록 도우면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두 가지 상충되는 책임들을 잘 조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교수와 일문일답.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경영권 및 주주권리 침해, 의사결정 지연, 투자 위축 등 우려가 있다. 특히 오너 경영의 장점인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어떤 회사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기업지배구조는 일률적인 답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는 전문경영인 혹은 오너 체제 위주인데, 최근 항공업계 등을 보면 기존 오너들이 오너 경영 체제를 너무 오래 지속해오다보니 바뀐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해 기업이 거꾸로 '오너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너 체계 중심이든, 전문경영인 체계 중심이든, 노동이사를 부분적으로 선임해서든 새로운 기업지배구조 창출을 위해 다양한 실험들을 해볼 국면에 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금호타이어는 곧바로 노동이사제라고 말하는 것을 꺼려하고 회사 측에서는 그런 용어를 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선임과정 자체가 노조가 바로 임명한 것이 아니다. 노조 측에서 2명을 추천했고 노사정위원회가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 과정에서 더블스타와 노조, 채권단 사이에서 일정한 조정 역할을 했는데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저를 추천한 후 채권단의 동의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추천 단계를 거치며 '아주 과격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경험이 있는 것 같다'는 부분이 체크된 것 같다. 위 질문은 금호타이어 상황에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교수로서 어떤 연구를 했고, 어떤 길을 밟았나.

▶앞으로 제가 금호타이어 노동이사로서 기여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이주노동자의 법적인 지위문제 등 연구 성과와 별도로 다양한 학교 내 보직 경험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 조선대 법대학장, 본부 교무부처장, 교수평의회 부의장을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고 소통, 조정하는 일은 저한테는 익숙한 일이 돼 왔다. 과거 NGO 활동 시절 경실련 정책연구부장을 하며 조정 업무를 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이 일의 성격이 저하고 안 맞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제가 이 일을 하겠다 한 것은 아니고 우연찮게 추천을 받게 됐다.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라 다른 분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노조에서는 지역사회 내 신망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로 인수되는 바람에 기술 유출, 구조조정, 국내 사업 철수 우려 등이 남아 있다. 노동이사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그런 우려를 안할 수 없다. 아직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이나 더블스타 측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만나 보지 못했다. 그분들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접하는 상황에서 회사 경영이나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새로운 지배구조는 최근의 항공업계 난기류와 관계있는 것 같다. 오너들께서 아직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행동하지 않으니 다른 방식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금호타이어는 해외매각 때문에 노조 의사를 좀 더 경영진 측에 전달해보자는 취지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것으로 안다. 더블스타 측도 국내 회사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고 싶어서 그 정도를 감내한 것 아닌가 싶다. 광주 지역 경제에서 금호타이어 비중이 커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했다.

-앞으로 금호타이어 노동이사로서 소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두가지 목적이다. 첫째, 회사가 잘되면 좋겠다. 과거 금호타이어가 잘 나갔을 때처럼 우뚝 설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 추천 과정에서 노동자 측 추천이 있었으므로 노동자의 권익보호다. 이 두가지 상충되는 것들을 조화시키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면 좋겠다.

노조는 사외이사에 대해 당장 큰 기대는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단체교섭이라는 고유의 헌법과 노동법이 설정한 체계가 있고, 사내 미래위원회가 있다. 5개 단위가 한달에 한번씩 모여 경영 현안이나 노조 관련 사안에 대해 회의를 한다.

미래위원회가 가동되는 기간 동안 노동이사의 역할보다 기존 채널을 통해 의사를 모아나가고 결정해나갈 것이다. 이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회사, 더블스타, 노조 등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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