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결핵, B형간염, 말라리아 등 각종 감염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감염성 질환은 북한 전체 사망자 원인의 31%를 차지한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 판단이다. 한국(5.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북한 감염병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가 기생충이다. 북한의 기생충 감염률은 우리나라의 1970년~1980년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건강조사(2005년~2008년)에 따르면 청소년의 35.5%, 성인의 24.6%가 기생충에 감염된 것으로 추산된다. 남한보다 1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북한에 기생충 감염환자가 많은 이유는 곡물 재배에 인분을 사용하고 민물고기를 날로 먹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고 치료받은 북한 병사의 몸에서도 수십 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되기도 했다.
말라리아는 통제권 밖에 있다. 북한은 2008년부터 개성시, 황해도 등 남북접경 지역 중심으로 매년 1만건 이상 말라리아 감염사례가 보고된다. 주사기 등 생산부족과 열악한 소독장비 등으로 인해 병원에서 B형간염에 걸리기도 한다.
에이즈, 성병은 공식 통계가 없어 불안감을 더 키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북한 내 에이즈 감염사례는 보고된 게 없다. 그러나 사적 경제활동이 활발해 북한 여성 왕래가 빈번한 서북부 국경인접 중국지역에서 최근 에이즈 감염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WHO는 5세 미만 사망아동의 0.7%가 에이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2010년에는 북한 전역에 매독이 퍼져 당국이 매독 전파방지와 보균자 색출을 위해 지역마다 '99호 상무'를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다. 남북한 1호 약사 이혜경씨는 "북한 내 성병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치료약이 없어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장은 "만약 한국에서 흔하게 유행하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북한에 퍼지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내 수액 생산 시설도 감염에 취약해 수액을 맞고 감염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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