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맞서는 中의 세가지 방식…맞불·개방·공조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 2018.07.08 13:56

힘 앞서는 미국, 강공 위주 공세…중국은 강공과 함께 개혁 개방 의지 기반한 여론전, 다른 국가와 연대 등 함께 모색



미국의 선제 관세 공격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막이 오르면서 중국도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힘에서 앞서는 미국이 강공 위주의 단순 패턴으로 밀어 부친다면 중국은 맞불을 놓으면서도 개혁 개방에 속도를 내고, 다른 국가와의 연대를 모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 최강 미국에 맞서고 있다.

◆"고개 숙이지 않을 것" 이에는 이, 눈에는 눈= 8일 외신 및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에 나선 중국의 핵심적인 기조는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것이다. 개혁 개방,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등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하겠지만 그 이상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선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중순 미국의 에너지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통한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등을 골자로 무역전쟁 중단에 합의했다가 미국이 이를 번복하자 추가 양보 없이 정면대결에 나선 것이 이런 기조를 대변한다. 중국은 6일 낮 12시 1분(미국 동부시간 6일 0시1분) 미국이 340억 달러(38조원)어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조치를 발효하자 동등한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같은 시간에 관세를 발효했다.

선제공격을 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공격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미국의 추가 조치에도 대해서도 맞불 작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열흘 내에 160억 달러 규모 관세 공격을 추가로 하겠다고 밝혔고, 최대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관세 부과까지 언급하고 있다. 5000억 달러는 지난해 미국의 전체 대중 수입(5060억 달러) 규모에 해당한다. 지난해 미국산 제품 수입 규모가 1500억 달러인 중국은 관세 부과 실탄이 떨어질 경우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행정 제재, 미국 여행 제한, 통관 지연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까지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 압력에 쉽게 물러서지 않는 것은 미국의 요구 사항이 첨단 산업 육성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데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패권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번 밀리면 계속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오는 11월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것도 중국의 버티기 전략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이 선거 전략 측면이 적지 않은 만큼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타협 무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현지시간) 베이징의 인민대궁전에서 오찬회담을 갖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혁, 개방 우리 길 간다" 여론전 = 중국이 구사하는 대응 전략의 다른 축은 개혁 개방 이행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2018년 외상투자진입 특별관리조치(네거티브 리스트)'를 발표하고 투자 제한 분야 리스트를 지난해 6월 개정 때 63개에서 48개로 줄였다. 이에 따라 △은행·보험·증권 △자동차·선박·항공기 △철도·전력 등 인프라스트럭처 △농림·축산·어업 △인터넷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 제한이 전면 혹은 단계적으로 풀린다. 오는 11월에는 상하이에서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가 개최된다. 중국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수입을 늘리고, 세계 무역 증진에 일조한다는 취지로, 중국 정부가 올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국가 행사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 중국 국가 지도자들은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불거진 이후 개혁 개방 의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6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중국은 외부 상황에 상관없이 개혁 및 개방을 확대하며 중국 경제가 안정되게 개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행은 시장 진입을 완화하고 수입 제품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함과 동시에 대외적으로 중국 경제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는 미국 등의 공세 명분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 정부와 언론들은 이를 여론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7일 사설에서 "미국은 일방주의, 보호주의, 경제적 민족주의를 나타내고 중국은 미국과 반대로 올바른 역사의 방향을 취한다"면서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력을 발전시킨 중국은 무역전쟁에 임하며 개혁개방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무역 패권주의" EU 등과 연대 추진 =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 여러 국가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무역 공세를 취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와의 연대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시장규칙과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내세워 유럽연합(EU), 캐나다, 한국, 러시아, 동유럽, 인도, 동남아 등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공세를 '무역 패권주위'로 간주하고, 미국이 발표한 대중국 관세 부과 명단 가운데 200여억 달러 규모의 제품이 중국내 외국 투자기업들이 만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무역 공격 피해가 자신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미치므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규탄하면서 모든 나라가 공동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16~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유럽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등 무역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할 것을 EU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1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고위인사 대화'에서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쩡페이옌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이사장도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주의는 글로벌 경제와 개방경제를 해치고 중한 양국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줬다"며 한중간의 공조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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