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기업피해 확산…현장 곳곳 불만 목소리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 2018.07.08 14:02

美 "中 기업 피해보다 美 기업 피해가 더 커" 트럼프 지지층마저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中 흔들리는 '제조업 공장' 지위 "기업들의 베트남行 가속화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 5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양국 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할 전망이다. 미국에선 관세 피해가 거시경제보다 미국 기업에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 중국에선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지지층마저 "무역전쟁 승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은 각각 상대국 물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발효했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와 로봇, 산업기계 등 818개 품목 340억 달러어치에 25% 관세를 물렸고 중국은 정확한 품목은 밝히지 않았으나 같은 규모 제품에 25% 보복관세를 매겼다. 대두, 돼지고기 등 미 농축산업계 제품이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관세 부과가 시작되자 업계 불만이 폭발했다. 중국산 베어링을 수입하는 한 미국 업체는 "중국 베어링 공장들은 적은 마진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관세로 발생하는) 높은 비용을 흡수하기 불가능"이라며 "관세로 피해 보는 쪽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보다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화업계도 중국 자본이 사라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제작사 '퍼시픽브릿지픽쳐스'의 로버트 케인 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중국 자본은 매우 큰 '재료'였다"며 "영화 프로젝트에 관여된 사람들이 (관세 부과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포드나 중국에서 자동차를 제조하는 제너럴모터스(GM) 모두 관세로 야기될 피해를 우려하는 건 마찬가지다. 맥쿼리캐피털리서치의 자넷 루이스 주식담당 이사는 "포드와 GM 모두 상황이 악화할 경우 선택할 옵션을 측정하기 위한 '시나리오 기법'에 참여할 것 같다"고 했다. BMW 측은 "BMW차이나가 미국 수출 모델에 대한 관세 인상을 완전히 흡수할 순 없을 것"이라며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무역전쟁에서 이기기 쉽다"며 불을 댕긴 트럼프지만 막상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농민과 제조업자들이 여전히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남아있지만, 관세가 발효되면서 이들의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 중 한 곳인 콩 재배업계는 관세 발효 전 트럼프 행정부에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대두협회(ASA)는 이날 낸 성명에서 "콩은 미국이 수출하는 최대 농산품이며 중국은 수출업자들에게 가장 큰 시장"이라고 설명, "수출하는 콩에 25%의 관세가 붙으면 미 농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내 주요 콩 재배지 18개 주(州) 중 16곳이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

【우한=신화/뉴시스】최근 ZTE(중싱통신) 사태로 미중간 기술격차가 드러난 가운데 5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자국 과학자들에게 기술발전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시 주석이 지난 4월 26일 허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우한신신반도체(XMC) 제조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2018.05.2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中 '세계의 공장' 지위 넘겨줄까…달라질 국제 분업 체계

미국에 호기롭게 맞대응한 중국이지만 관세는 중국 업계에도 비상이다. 가뜩이나 인건비 상승으로 '저가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관세까지 붙으면 제조업 부문에서 더는 경쟁력을 내세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제조업계는 중국을 기점으로 하는 분업 체계를 만들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첨단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나라들의 경우 중국으로 부품을 보내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 완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산케이신문은 "세계 스마트폰의 80%, 평면TV의 50%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로 이런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관세 대상 품목에 '스마트폰'을 포함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당장 혼다 계열사 중 엔진제어장치를 만드는 케힝은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 등에 탑재하는 전력제어장치 등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안을 철회한다며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일본에서 만들어 수출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제조업체가 밀집해있는 광둥성 내에서 미국으로 물품을 보내기 전 다른 나라로 선적하는 '편법'이 거론되거나 사업장을 아예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지로 옮기는 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쿠마노 히데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시작된 생산거점의 베트남 이전이 미국 관세로 인해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는 6%대의 성장률을 자랑하는 중국 경제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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