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승만과 자유당의 몰락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18.07.09 04:03

[the300]

"때가 되면 사심 없는 중진중에 한 분이 나올 것."(5선 A의원)
"당을 알고 정치를 아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이 돼야 돼. 아니면 더 혼란만 가중돼"(3선 B의원)
"친박(친박근혜)들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속상해 정말."(재선 C의원)
"당 해체 말고는 답이 없다. 하지만 누가 총대를 메기는 어렵다."(3선 D의원)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놓고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나눈 대화다. 계파별, 성향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 비대위로 당을 혁신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은 같았다. 이유도 대동소이했다. 우선 당권의 핵심인 (총선) 공천권이 주어지지 않고, 차기 당권에 사활을 건 당내 계파들이 끝없이 흔들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였다.

한국당은 2016년 총선 패배와 탄핵이 바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쳇말대로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었다. 한반도 평화무드와 엮인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참패로 존립 기반마저 흔들린다. 진보진영은 재보궐에서 추가 확보한 의석과 정당 간 정책연대로 한국당의 입지를 더 좁힌다. 한국당의 입장에선 국회 권력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지하실 밑에 하수도가 목전이다.


그런데도 정작 한국당엔 혁신도, 결속도 없다.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모두가 그저그런 비대위를 거쳐 어느 한 계파가 당권을 잡을 걸로 본다. 입으로는 혁신을 말하지만 총대를 메는 이도, 계파를 없애고 결속하자고 외치는 이도 없다.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그냥 지금 이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말과 같다.

답답함 속에 한 원외 원로의 말이 귀에 박힌다. "이승만의 몰락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4.19 이후 자유당이 어떻게 됐는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유당이 무너지고 보수진영의 일부는 극우의 영역으로 남았으며, 중도 영역은 진보진영에 모두 내줬다. 한국당의 지금 상황을 보면 그 때가 겹쳐 보인다. 중도 보수를 모두 잃고 지리멸렬하게 극우로 밀려나는 딱 그 과정이다." 한국당 의원들만 이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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