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대란', 진짜 책임은 아시아나항공에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 2018.07.12 06:30

[같은생각 다른느낌]승객의 안전과 편의보다 기업 이익 챙기기 우선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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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을 준비하지 못해 ‘노밀’(No Meal) 상태로 항공기가 이륙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은 2003년부터 15년간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가 담당했다. 그러나 2016년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게이트고메코리아'(이하 GGK)와 올해 7월부터 30년간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이번 사태의 표면적인 이유는 3월 GGK가 건설 중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3개월 가량 임시로 계약한 ‘샤프도앤코코리아’가 제 때 기내식을 공급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프도앤코코리아의 공급능력은 일 3000개로 아시아나항공이 필요로 하는 3만개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순히 하도급업체의 화재나 공급 지연 탓이 아니라 계약의 불공정 문제, 준비과정의 허술함, 안일한 대응이 복합적으로 겹친 예고된 사태라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책임이 크다.

◇계약 해지 및 불공정거래행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이번 노밀사태의 발단은 2016년 아시아나항공이 LSG에 계약 연장을 하는 조건으로 1600억원의 투자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LSG는 아시아나항공과 5년 단위로 공급계약을 연장해왔다.

LSG는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연장 조건으로 금호아시아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 사채 1600억원 가량의 인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LSG 독일 본사는 이런 방법이 투명하지 않다고 판단해 거부했고 LSG는 지난해 4월경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으로 신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제23조1항1호 부당한 거래거절과 4호 거래상 지위 남용과 관련해서는 계약에 관한 민사 문제라고 판단해 종결했다. 다만 7호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해서는 심의 중이나 공정위는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꺼려했다.

만일 아시아나항공 주장대로 더 좋은 계약 조건으로 업체를 바꾼 것에 불과하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도 아닌 금호홀딩스에 1600억원을 투자하라는 것이 계약 연장 조건이었다면 다른 회사에 대한 부당 지원 행위인지 살펴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GGK의 모회사인 하이난그룹(HNA그룹)이 금호홀딩스 회사채 1600억원 가량을 인수했다.

◇하루아침에 기내식 업체 이전

만일 3월 GGK 공장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순조롭게 기내식 공급이 가능했을까? 계약대로라면 6월 30일까지 LSG에서 기내식을 준비하고 7월1일부터는 GGK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750명에 달하는 인원이 하루아침에 새로운 업체에서 바로 작업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LSG는 "7월 첫째 주는 일본 노선, 둘째 주는 동남아 노선, 셋째 주는 장거리 노선으로 순차적 이전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GGK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3월 화재 이후에는 LSG가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 공급을 필요기간만큼 연장해주겠다고 제의했으나 이마저도 의견차이로 무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이 LSG와 직접 계약이 아닌 GGK의 하도급 형태로 공급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LSG는 보세지역 공장에서 하도급을 하면 관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아시아나항공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샤프도앤코코리아와의 이상한 계약

아시아나항공이 LSG와 계약 연장이 무산되자 찾은 곳이 ‘샤프도앤코코리아’다. 하지만 샤프도앤코코리아의 공급능력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아시아나항공이 LSG에게 GGK의 하도급으로 연장을 요구한 반면 샤프도앤코코리아와는 직접 계약하는 이상한 행보까지 보였다.

일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계약한 GGK에게 통행세라도 챙겨주려는 의도에서 LSG에게 하도급을 요구했으나 뒤늦게 관세법 위반을 염려해 샤프도앤코코리아와 직접계약을 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공급능력이 부족한 샤프도앤코코리아로부터 제 때 기내식을 공급받지 못한 아시아나항공은 ‘노밀’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고, 책임감 있고 존경받았던 샤프도앤코코리아의 하도급 업체 사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4일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1600억원 투자 요구를 한 것이 아시아나항공에 손해를 끼친 것이 아니며 IMF 당시 계약을 한 LSG보다 새로 GGK와 계약하는 것이 경영참여, 원가공개, 케이터링 질에서 더 유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LSG에 1600억원 투자 요구를 먼저 한 후 무산되자 GGK와 계약을 했고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금호홀딩스에 투자를 받았다. 또한 2003년 이후 5년씩 LSG와 계약을 연장해왔는데 IMF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LSG는 아시아나항공에 6개월 주기로 표준원가를 제출해 승인받은 후 가격에 적용해 왔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의 ‘노밀’ 사태는 하도급업체 사고보다는 의문스런 계약 연장 조건, 인수인계의 실무 미숙, 대체 공급자 선정의 판단 착오로 발생했다. 이는 승객의 안전과 편의는 뒷전으로 하고 기업의 이익 챙기기를 우선한 결과다. 그런데도 아시아나항공이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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