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구호 사라진 평양…南취재단에 서울 직통전화 설치도

머니투데이 평양=공동취재단, 박소연 기자 | 2018.07.05 17:49

[the300]화려한 양산·하이힐 신은 女 많아…통일농구경기장서 K팝 틀기는 실패

5일 오전 평양 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며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후속협상이 진행 중인 5일 평양 거리에서는 과거와 달리 반미(反美) 구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북 통일농구대회 취재차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평양에 체류한 우리 취재단에 따르면, 만수대언덕 주변 밖에서 반미 구호를 찾아볼 수 없었다.

평양 시내에는 '일심단결', '계속혁신, 계속전진', '만리마 속도 창조',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등 내부 결속과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사회주의 경제건설 관철을 독려하는 선전구호가 많았다. 그나마도 대형 간판식 선전구호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한 당국자는 "북한 선전물의 숫자도 크게 줄었지만 반미 관련 내용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양 시내에서는 정부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9절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매일 저녁 일과 후 주민들이 동원돼 대규모 집체극을 준비 중이었다.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을 가득 메운 대규모 인원이 매일 목격됐다. 주요 광장엔 주민들과 소년들이 흰색옷 차림으로 모여있었고, 손에 막대풍선 같은 도구를들고 있는 무리도 눈에 띄었다. 북측 관계자는 "9·9절이 있으니 그걸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일 오전 평양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평양 시내 여성들의 화려한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 백화점에서 파는 양산보다도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의 양산을 든 여성들이 다수 목격됐다. 샌들과 높은 힐을 신은 여성들도 많았다. 20~30대 여성들은 물론 40~50대 중년 여성들도 상당수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현대적 차림이었다.

과거보다 개방된 북한의 모습은 우리 취재단에 대한 편의 보장에서도 드러났다. 북측은 고려호텔 기자실은 물론 농구경기가 열리는 류경정주영체육관에도 간이로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인터넷을 이용하게 해줬다.

이뿐만 아니라 북측은 회담본부 상황실로 바로 연결되는 직통전화와 서울로 연결되는 별도 전화를 설치해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했다. 기자단 1명이 서울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시도했는데 문제없이 연결되고 통화음질도 깨끗했다.


북측은 차량으로 시내를 이동할 때 바깥 풍경 촬영에도 제지를 예전보다 덜 했다.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우리 기자단이 이동 중 창밖 촬영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이번엔 촬영을 하면 북측이 바로 막지 않고 좋은 말로 말리는 수준이었다. 북측 관계자는 "예전엔 불비한 모습이 나갈 수 있어서 막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입경시 세관 통과 절차도 과거에 비해 간소해졌으며 북측에서 짐을 뒤지거나 노트북을 검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4일 오전 평양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북측의 통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4일 여자 혼합경기 종료 후 북측 여자선수를 인터뷰하기로 협의됐으나 북측이 막판에 입장을 번복해 불발됐다.

또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농구경기 장내 사회를 본 우리측 박종민 아나운서는 경기장에서 아이돌 그룹 히트곡 등 K팝 30곡을 틀려고 준비해 갔으나 북측의 요청으로 틀 수 없었다.

북측은 우리 기자단의 사진촬영에 대체로 수용적이었으나 버스 이동 중 사진촬영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에 최고존엄 초상이 비뚤어지게 잡히거나 한 귀퉁이가 잘려나가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북측은 이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우리측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일일이 확인했으며, 문제가 없자 "아주 반듯하게 잘 모시었다"고 흡족해했다.

북측은 남한의 집값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상태까지 다양한 관심을 표명했다.

북측 인사들은 서울의 전세와 월세, 고층아파트 매매가를 세세하게 물었다. 또 문 대통령과 관련해 "몸살이 나셨는데 많이 안 좋으신 거냐", "왜 그렇게 되신 거냐"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남조선 남자들은 왜 그러냐"며 먼저 미투 얘기를 꺼난 북측 관계자도 있었다.

5일 오전 평양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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