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면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연간 13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 기내식 사업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하청 업체의 대표의 죽음이 발생했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대중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의 기내식 사업규모는 1280억원이다. 올 상반기까지 기내식 공급을 담당했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의 전체 매출의 67%에 달한다.
아시아나는 보통 하루에 2만5000식을 소화하는데 7~8월 성수기에는 3만식까지 늘어난다. 작은 규모의 기내식 공장으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1일부터 아시아나 기내식 공급을 맡은 샤프도앤코코리아의 하루 생산량은 3000식(캐파는 1만5000식), 지난해 매출은 70억원에 불과하다.
기내식 업계 관계자는 "공장별로 폐수처리 용량 등이 정해져 있어 갑자기 생산량을 늘릴 수가 없다"며 "공간도 부족해 샤프도앤코가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물량을 떠안은 샤프도앤코는 현재 기내식 관련 인원 충원에 한창이다.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된 샤프도앤코의 협력사는 포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나는 이번 지연 사태가 포장과 배송에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포장할 물건(기내식)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포장을 완료할 수는 없다. 전반적인 생산 차질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국내에서 기내식 공급 능력을 갖춘 사업자는 대한항공, LSG, 샤프앤도앤코, CSP 등 네 곳이다. 아시아나는 지난 3월 신축공장 화재 이후 4곳과 협의를 진행했다. 대한항공은 시설부족으로 협조를 얻지 못했고, LSG와는 조건이 맞지 않았다.
아시아나는 6월 초까지 기내식 공급처를 찾지 못했고, 샤프도앤코와 CSP를 대체 업체로 선정했다. 샤프도앤코의 일 생산 캐파가 1만5000식이고, CSP에서 나머지 부족분을 채운다는 전략이었다.
LSG 협력사들이 대거 샤프도앤코와 계약을 맺고 준비에 나섰으나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와의 생산표준, 시스템의 차이에 대한 작업자들의 훈련 부족과 물류시스템의 미비로 기내식 지연과 미공급으로 이어졌다.
유명을 달리한 협력사 대표도 기존 LSG 협력사였다. 박 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에게 사과하며 "직접 계약 아니어서 우리가 책임이 없다고 하지 않겠다"며 "여러 가지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고, 협력업체 육성에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샤프도앤코 협력사들은 향후 GGK에서 일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내식 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 알짜사업을 갖기 위한 다툼에 있다. 15년간 기내식을 공급해왔던 LSG에서 아시나아와 게이트고메(중국 하이나그룹 계열)의 합작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 공급자를 바꾼 것이 대란의 시작이다.
아시아나는 GGK에 533억원을 투자해 40%의 지분을 취득했고, 아시아나는 GGK와 30년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기존 LSG에서 아시아나의 지분은 20%였다.
김수천 사장은 "LSG와는 지난 몇 년간 기내식 단가와 생산원가의 투명한 공개를 둘러싼 갈등으로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게 돼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상근이사 확보 등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40%의 지분만큼 이익도 공유하겠다는 전략이다.
LSG의 의견은 다르다. 모든 부분에서 아시아나와의 계약 조건을 준수해 왔으며 원가 가격에서도 항상 계약에 명시된 사항을 적용해왔다는 입장이다.
LSG 측은 아시아나의 재계약 거부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 금호아시아나가 사실상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에 2000억원을 투자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해서 계약이 종료됐다는 것이다. 때마침 중국 하이난그룹은 금호홀딩스에 1600억원을 20년 만기 무이자로 투자했다. 해당 내용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다.
박 회장은 "외환위기로 어려운 상황에서 LSG와 계약하다보니 계약 조건이 아시아나에 불리한 것이 많아 더 유리한 조건으로 GGK와 계약을 한 것"이라며 "하이난그룹의 투자는 기내식 공급자 선정과 관계없이 신규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계약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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