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노인들이 위험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로 사망한 보행자 1675명 가운데 노인은 906명으로 54%에 달했다. 하루에 2.5명의 노인이 차에 치여 죽는 셈이다. 낮은 준법의식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노인 보행자를 고려하지 않은 도로와 신호체계도 위험한 보행을 부추기고 있다.
◇너무 먼 횡단보도…美·日보다 간격 '2배'
병원과 청량리청과물시장 입구 사이 도로에서 특히 무단횡단이 빈번했다. 병원과 시장은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대표적인 장소다. 약 100m 거리에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었지만 노인들은 "너무 멀다"고 입을 모았다. 주변을 지나던 박모씨(73·여)는 "허리, 다리가 아픈 노인들은 횡단보도까지 가기가 힘들다"며 "몸이 너무 힘들다보니 가로질러 가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무단횡단 경험자의 절반 이상(51.6%)이 이유를 '횡단보도가 멀어서'라고 답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횡단보도 설치 간격을 200m(집산·국지도로는 100m)로 규정하고 있다. 각각 90m, 100m로 규정한 미국과 일본은 횡단보도를 더 촘촘하게 설치해 무단횡단을 줄이고 있다. 현재 설치 간격을 100m로 줄이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 된 상태다.
◇너무 짧은 파란불…"건너다 보면 빨간불"
이 교차로의 횡단거리는 건너편까지 약 35m, 대각선으로는 약 50m다. 문제는 짧은 신호시간이다. 성바오로병원 교차로의 보행신호 시간은 약 55초다. 일반적으로 1초에 1m 정도를 걷는 노인들이 건너기엔 빠듯하다. 1초당 0.8m의 보행속도를 가정하고 정해지는 어린이안전구역 만큼 신호를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원천봉쇄' 중앙분리대는?…"곧 설치한다"
실제 무단횡단이 빈발했던 청량리우체국 앞 도로의 경우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후 무단횡단이 급감했다. 올해 초 동대문구는 청량리사거리에서 경동시장에 이르는 구간을 '어르신 안심 안전구역'으로 지정하고 간이 중앙분리대 설치를 약속했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최근까지 분리대 설치를 위한 도로작업을 해왔다"며 "중앙분리대 예산이 책정됐고 곧 설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의 '추신'
안녕하세요 남궁민 기자입니다. 혹시 기사를 읽으시며 '노인들이 너무 막무가내인데'라고 생각하셨나요? 취재를 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왜 유독 사고가 잦은 곳이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노인들에게 '불친절한' 도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호가 끝나버려 도로에 갇힌 할머니, 다리를 절며 도로를 가로지르는 사람까지. 노인과 아이, 장애인를 사고로 '내모는' 도로는 함께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 기사의 씨앗이 될 제보를 기다립니다.
serendip153@mt.co.kr로 메일제보 주시면 경청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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