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 中, 기술 안 훔친다더니… 대만서 '덜미'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8.07.02 17:13

최근 대만서 기소된 10개 산업스파이 사건 중 9개가 중국 배후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 5월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중국산 철강제품을 가리키며 중국이 미국 수출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겠다며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이 최근 몇 년간 대만에서 산업 스파이 행위를 벌여왔다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 후아리 마이크로일레트로닉스는 2016년 대만 반도체 제조사인 TSMC의 기술자 수치펭에게 높은 연봉과 직급을 제안하며 내부기밀 유출을 요구했다. 대만 당국은 자료를 넘기기 직전 수치펭을 검거했고, 그는 지난해 11월 회사기밀 유출 혐의로 1년6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대만에서 이 같은 산업 스파이 행위가 적발된 사례는 총 21건으로, 2013년 8건에 비해 배가 넘게 증가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기소된 10건의 산업 스파이 사건 중 9건의 배후에 중국 기업이 있었다.

대만 당국 관계자들은 "산업 스파이 행위로 결국 이득을 보는 건 중국 기업들"이라며 "대만 법정의 판결은 중국 본토에서 집행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경우 기소조차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의 3분의 2 가까이를 생산하는 '반도체 강국'이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TSMC 등 해외에서 주문을 받아 이를 생산하는 위탁생산전문기관들이 대다수다. 따라서 대만에는 주문을 요청한 기업의 지사들도 위치해 반도체 노하우를 비롯한 여러 정보가 모인다.

WSJ는 "대만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반도체칩 해외의존도를 줄이기 원하는 중국이 대만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가장 많이 만드는 국가지만 제작에 필요한 대다수의 칩을 해외에서 구매한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반도체칩은 2600억달러어치로 같은 해 1620억달러어치를 수입한 석유보다 많은 양을 사들였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해외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2014년부터 1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설립해 자국 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자국 통신장비업체 ZTE가 미국의 규제로 존폐 위기에 몰리자, 자국 내 생산되는 반도체칩의 비율을 2025년까지 현재의 4배인 40%로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은 여러 나라로부터 지적재산권 침해 의심을 받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극구 부인해왔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지적재산권과 기술을 훔쳐간다며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이룬 혁신적인 업적들은 13억 중국인의 지혜와 땀으로 일군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서 훔쳐 얻은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우중춘 대만 법무부 경제범죄방지부장은 "중국 측에 산업 스파이 사건 관련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하기는 한다"면서 "그렇지만 아무런 대답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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