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만든 사제총에 사람이 다쳤다면?

머니투데이 신채은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 2018.06.29 09:35

[the L] 충정 기술정보통신팀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혁신 기술과 법’ 이야기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 참석해 가정용 3D 바이오프린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영화 '미션임파서블3'에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스캐닝하고 이를 3D(3차원) 프린터로 프린팅한 뒤 가면으로 쓰는 장면이 나온다. 참고로 이 영화가 나온 건 10년도 더 된 2006년이다. 사실 3D 프린터의 개념은 이미 25년 전에 등장했다. 그런 3D 프린터가 이제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

3D프린팅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3D프린팅(3D Printing)은 ‘적층가공기술’이라고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지정 재료를 층층이 이어 쌓아 3차원 물체를 만드는 공정을 뜻한다. 최근 들어 장비가 소형화되고, 저렴해졌으며 또 성능이 향상되어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는 대부분의 상품을 물리적 공급망을 통해 ‘외부로부터’ 얻어낸다. 3D프린팅이 기발한 점은, 우리가 상품을 ‘스스로’ 얻어내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3D프린팅으로 우리는 인형 모형에서부터 최신 디자인의 옷, 음식에 이르기까지 어떤 유형의 상품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과학자들이 3D프린팅으로 각막을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개인 맞춤형 소량 생산 방식의 보편화를 놓고 본다면, 3D프린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3D프린팅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고 사용자가 많아져 더욱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될 경우, 이는 전 세계로 연결되어 있는 ‘물리적 상품 거래’를 줄일 수 있다. 즉, 3D프린팅으로 우리는 스스로의 생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곧 자급자족의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 3D프린팅이 곧 시장과 우리 삶에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기술인 이유다.

삼차원프린팅산업 진흥법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2016년 3D프린팅 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삼차원프린팅산업 진흥법'을 제정하고 관련 제도를 완비하였다. 그 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정부가 3D프린팅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그 산업기반을 조성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과 3D프린팅 사업의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 신고제와 위해물품 생산 금지, 안전교육등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3D 프린팅 관련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위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사항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소비자가 사용하기 위해 스스로 물품을 생산해 낼 경우는 이 법의 규율대상이 아니다. 다시말해 현재 3D프린팅 관련 입법과 정책은 주로 기술 산업의 진흥 또는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D프린터로 제조된 제품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3D프린터로 출력한 총이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한 듯, 삼차원프린팅산업진흥법은 제 16조에서 ‘사업자’가 총포ㆍ 도검ㆍ화약류 및 마약류 등 사람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품을 제조하는 것을 금지한다. 사업자가 3D프린터로 총을 생산한 경우는 위 법률 위반을 구성할 것이나, 개인이 자신의 호신용으로 총을 만들어 낼 경우는 규율하지 않는다.

나아가, 제조과정에서 심각한 상해를 입을 경우, 누가 그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제조물에 통상 기대되는 안전성을 결여한 결함으로 인하여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제조업자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삼차원프린팅산업 진흥법이 제 17조에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특칙을 두고 있지만, 이 역시 3D프린팅서비스를 ‘사업’으로 하는 경우만을 상정하고 있어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만든 제품에 결함이 있는 경우를 규율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제조물책임법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제조업자와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를 상정한다. 3D프린터로 상품을 제조하는 경우는 이 전제와 다른 형태의 생산과 소비의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3D프린터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계방식을 담은 ‘프린팅 레시피’의 설계자와 실물생산자가 다를 경우, 누구를 제조업자로 볼 것인지의 문제도 남는다.

3D프린터로 집에서 제품을 생산해낸 사람이 곧 피해자가 되는 상황도 상상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프린팅 레시피’ 만을 판매하여 유포한 사람에게 제조물 책임법상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프린팅 레시피 등의 정보, 설계도면은 제조물책임법의 객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떠한 방향이든 3D프린팅의 분야에서는 전에 없던 방식의 생산 형태를 상상해야 하고, 기존 제조물책임 법리의 전제와 상응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할 것이다.

아직까지 3D프린팅이 주류가 아닌 것은 맞다. 미국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 중에서도 3D프린팅으로 생산된 것은 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국내외 3D프린팅 시장은 2022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이라 한다. 3D프린팅은 다양한 분야에 풍부한 혁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지만, 이를 규율할 법은 이렇게 빠른 기술적 진보와 넓은 법률적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을 규율할 법제가 미진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앞으로 펼쳐질 세계에 상상력을 펼쳐 다양한 논의를 펼칠 때라고 본다.




법무법인 충정의 신채은 변호사는 Tech & Comms (기술정보통신) 중 블록체인, 가상화폐, 가상화폐공개(ICO), 중국 관련 분야를 전문영역으로 하고 있다. 신채은 변호사가 속해있는 Tech & Comms 팀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프린팅,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핀테크, 블록체인, 가상화폐, 가상화폐공개(ICO), 가상화폐 거래소, 드론, 전기차, 자율자동차, 신재생에너지, 게임, 공유경제 등 다양한 혁신 기술과 관련된 법적 이슈에 대하여 전문적인 법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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