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게인데 '노키즈존' 내 맘대로 못하나요?"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8.06.30 05:01

[the L][Law&Life-노키즈존, 위헌? ①] 인권위 '노키즈존 영업 말라' 권고…헌법전문가들 의견 갈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달 아내와 치킨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눈살을 찌푸렸다. 어린이 4명이 소리를 지르며 매장 안팎을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몸을 부딪혀 울음이 터졌지만 엄마들로 보이는 여성 4명은 태연히 맥주를 마시며 서로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김씨는 "나도 아이를 가질 계획이지만 어린이들 교육이 이 정도로 안 된다면 '노키즈존'을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식당·카페를 의미하는 노키즈존은 2014년 중순쯤부터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해 최근에는 우후죽순처럼 불어났다. 심지어 식당과 카페를 넘어 비행기 안에도 노키즈존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각에선 노키즈존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평등권을 선언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업의 자유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노키즈존은 과연 위헌일까?



◇"헌법상 평등권 침해" vs "개인간 문제는 헌법과 상관 없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노키즈존 식당을 운영한 A씨의 사건과 관련, 노키즈존 영업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노키즈존 영업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위반이라는 이유였다. 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이나 종교, 나이,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A씨는 "5년 전 식당을 개업했을 때는 아동 전용 의자와 그릇을 모두 구비하고 아동들의 입장을 환영했다"며 "그런데 이후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님의 자녀가 식당 주위 돌담에서 놀다 다쳐 부모가 치료비를 요구한 경우, 테이블 위에서 기저귀를 가는 손님에게 옆 좌석 손님이 항의한다고 전하자 오히려 심하게 화를 내면서 기저귀를 내던지고 나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15조가 영업 등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며 "영업의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어린이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이 노키즈존 영업권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의 해석을 두고 헌법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 헌법학 교수는 "부모가 어린이를 컨트롤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일정 연령 이하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연령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반면 한 헌법 전문 변호사는 이 사건이 헌법재판으로 이어졌다면 다른 판단이 나왔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의 판단은 국가인권위법에 근거한 것이고, A씨가 주장한 영업의 자유는 헌법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상위법인 헌법이 보장한 권리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인권위가 헌법 제11조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긴 했으나 직접적인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은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를 규정한 것"이라며 "만약 관공서에서 노키즈존을 만들었다면 헌법의 문제가 되겠지만, 이 사건처럼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의 식당에 들어가는 권리를 두고 다투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개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헌법의 취지를 확장해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도 나이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헌법을 직접적인 근거로 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미국도 '차일드 밴' 논쟁…'에티켓 카드' 활용도

노키즈존은 해외에서도 논쟁거리다. 미국에선 노키즈존 대신 '차일드 밴'(Child ban)으로 불리는데,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5세 이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나서면서 이슈가 됐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레스토랑이 차일드 밴 영업을 시작한 건 한 어린이 때문이다. 어린이가 쓰고 있던 아이패드 소리를 줄여달라고 식당 직원이 수차례 부탁했으나 어린이와 부모 모두 듣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식당 관계자는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려고 했지만 결국 나가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며 "부모들에게 자식 간수하는 법을 가르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법률로 차별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다만 차일드 밴을 법적으로 금지된 차별행위로 보지는 않는다. 연방시민권법(The Federal Civil Rights Act)과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에 따르면 사업주들은 인종·종교·출신·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행위를 할 수 없다. 여기에 나이는 해당하지 않는다. 연령에 의한 고용차별 금지법(the 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있긴 하지만 차일드 밴 영업과는 무관하다. 이는 접객이 아닌 고용관계에서 나타나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기 때문이다.

차일드밴 운영에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멕시코 음식점은 어린이 입장을 막지 않는 대신 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들에게 에티켓을 지켜달라는 카드를 주는 식으로 주의를 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 음식점은 한 어린이가 벽지를 긁어 1500달러의 손해를 입은 뒤부터 에티켓 안내를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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