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구) YG 스타일

서성덕(음악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18.06.27 09:03
새 앨범 ‘SQUARE UP’의 4곡을 포함, 지난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걸그룹 블랙핑크가 공개한 트랙은 10개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트랙 중 상당수는 한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간단히 말해, 테디를 중심으로 하는 블랙핑크의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의 송라이터/프로듀서의 취향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드러낸다. 이것을 거칠게 표현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걸그룹 2NE1의 동어반복, 혹은 복제라고 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순수한 형태’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현재 YG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와 블랙핑크라는 팀의 상황 때문이다. YG 엔터테인먼트가 빅뱅과 투애니원이라는 두 팀을 축으로 삼아 움직이던 시절은 오래전에 끝났다. 당시 YG 엔터테인먼트의 자체 프로듀싱 역량은 단순히 세련됨을 넘어 대중의 취향을 선도한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팀은 계시를 현실에 드러내는 천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빅뱅은 회사의 역량을 활용하되 자신만의 선호를 반영하면서, 스스로 다른 세상으로 나아갔다. 위너와 아이콘은 팀의 시작부터 그 방향을 공유한다. 더불어 YG 엔터테인먼트는 싸이, 악동뮤지션, 에픽하이, 젝스키스가 동시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회사였다. 요컨대 이 회사가 빅뱅과 2NE1 시절에 선보인 고전적이라고 해도 좋을 ‘YG 스타일’은 오직 블랙핑크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법론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과거처럼 보인다. 여전히 사운드는 탄탄하다. 적어도 각각의 장르와 스타일 안에서 완성도를 말한다면, 블랙핑크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실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뚜두뚜두’와 ‘Forever Young’의 트랙이 둘 다 청자를 붙잡아 놓는 솜씨는 최근 국내의 어떤 곡보다 발군이다. 그런데 노래가 블랙핑크라는 팀과 결합한 최종 결과물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가사다. 이들의 노래 속 화자는 자신이 처한 특정한 상황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네가 필요 없어’ 아니면 ‘네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선택지를 두고 그 안에서 으레 나올 법한 흔한 말들이 나열된다. 입장은 당연한 것이고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지는 슬쩍 사라진다. 화자 개인이 구체성을 드러낼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인 감흥을 준다는 사실의 실패 사례로 부족함이 없다.


낡은 감성은 어떤가. 데뷔곡 ‘휘파람’의 전설적인 ‘휘 파라파라 파라 밤’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가사는 예상 못 한 순간에 어긋난다. ‘물 만난 물고기’라는 표현은 이들이 역사상 처음 썼어도 올드하다. ‘Loser 외톨이 못된 양아치’는 빅뱅의 가사라서 동어반복이 아니다. 앞선 노래 가사의 일부를 ‘위트’ 있게 빌려 오는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다만 싱글이 아닌 4곡짜리 EP의 형태로 나오면서 좀 더 다른 가능성도 엿보게 된다. 당장 ‘뚜두뚜두’와 ‘Forever Young’만큼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Really’나 ‘See U Later’는 YG에 좀 더 다양한 취향이 반영된 이후의 음악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급격히 감미로운 멜로디 버스와 날카로운 드랍을 과격하게 붙이지 않아도 블랙핑크의 목소리는 충분히 한 곡을 책임진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이들이 창작의 중심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YG 엔터테인먼트라는 ‘창작 집단’은 대체 불가능한 수준의 장점과, 그것이 업데이트를 거치지 못하고 낡아버리며 그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단점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리고 그 아이러니는 블랙핑크를 통해 가장 ‘순수한 형태로’ 드러난다. 과거의 지누션부터 블랙핑크에 이르기까지, YG 엔터테인먼트처럼 거대한 역사를 지닌 레이블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그 결말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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