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하는 방식 혁신했더니…연료비 연간 400억 절감

머니투데이 울산=안정준 기자 | 2018.06.25 18:00

SK종합화학 울산 PX공장의 '에너지 효율화'…현장에서의 혁신으로 사상최대 실적 기반 마련

세계 최초 EEAC 공법을 적용한 SK이노베이션 울산 No. 3 PX 공장 전경/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지난 22일 SK종합화학 울산 No.3 파라자일렌(PX) 공장. 6층 건물 높이의 칼럼(원료를 가열해 온도별로 원하는 화학물질을 걸러내는 장치)들 사이로 배관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생산라인에는 적막이 흘렀다. 설비를 점검하는 직원들의 대화 소리만 바쁘게 오갔다. 이 공장은 이제 곧 약 한 달 간의 설비보수를 마치고 재가동에 돌입한다.

2014년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과 일본 최대 정유사 JX에너지의 5대 5 합작으로 마련된 No.3 PX공장은 SK이노베이션의 핵심 화학설비다. 연간 100만톤(JX에너지와 50만 톤씩 분배)의 PX를 쏟아내는 이 공장을 축으로 SK는 울산과 인천에서 국내 최대규모인 총 260만톤을 생산한다. PX는 합성섬유와 페트병 등의 기초 소재다.

이 공장이 SK 화학설비의 중추인 이유는 단순히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울산 No.3 PX공장에는 세계 최초로 'EEAC'(Energy Efficient Aromatic Complex: 에너지 효율화 공장) 시스템이 적용됐다. 설비 운전 중 발생한 열을 재사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이경수 아로마틱 생산 4팀 교대반장은 "화학제품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원가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원료와 인건비를 줄이기는 힘들다"며 "결국 현장에서 운영 신기술로 경쟁력을 갖추자는 결론에 이르렀고 EEAC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엔지니어가 세계 최초 EEAC 공법을 적용한 SK이노베이션 울산 No. 3 PX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개념상으로만 존재하던 기술을 현장에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PX는 생산 과정에서 가열과 냉각 공정이 수없이 얽히는데, 공정 간 열 교환기를 갖춰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EEAC의 기본 개념이다. 이 반장처럼 20년차 이상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수십 명 달라붙어 축구장 3.5배 면적을 미로 처럼 채운 배관들 사이에서 최적의 열 교환 포인트 18개를 찾아냈다. 그렇게 설치된 열 교환 지점은 기존 PX공장의 네 배가 넘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배관을 타고 흐르는 물질이 외부 온도 변화에 따라 액체에서 기체로 변해 부피가 갑자기 커지면 '해머링 현상'(유체가 배관에 가하는 충격파)이 발생했다. 배관을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심각하면 배관이 파손될 우려가 있었다.

이 반장은 "화학공장에서만 20년을 근무한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다"며 "논문을 뒤져가며 해머링 사례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엔지니어들이 울산 No.3 PX공장 조정실에서 공장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약 2년간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꿔 마련한 열효율 시스템은 연간 200억원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냈다. 울산 No.3 PX 공장의 기술이 이식된 인천 PX공장까지 합하면 SK이노베이션은 연간 40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 효과를 누린다.

이는 제품 가격경쟁력으로 연결돼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부문은 지난 2년간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한때 10년 넘게 적자 늪에 빠졌던 SK인천석유화학은 PX공장을 발판으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3966억원을 기록했다.

이 반장은 깨알 같은 글씨와 복잡한 개념도로 가득 찬 76페이지 분량의 운영 매뉴얼을 펼쳐보였다. 개념으로만 존재하던 기술을 현장에 옮겨 4년 전 마련했던 '백서'는 1000페이지. 설비보수를 하며 효율성을 더욱 끌어올린 현장에서의 혁신은 78페이지 추가 매뉴얼로 매년 공정별 업데이트된다. 울산에서의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베스트 클릭

  1. 1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가 술 논란에 직접 해명
  2. 2 "싸게 내놔도 찬밥신세" 빌라 집주인들 곡소리…전세비율 '역대 최저'
  3. 3 한국은 2000만원인데…"네? 400만원이요?" 폭풍성장한 중국 로봇산업[차이나는 중국]
  4. 4 "거긴 아무도 안 사는데요?"…방치한 시골 주택 탓에 2억 '세금폭탄'[TheTax]
  5. 5 "아이 낳으면 1억 지원, 어때요?" 정부가 물었다…국민들 대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