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쏠린 韓수출…품목별 수출집중도 '역대 최고'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18.06.24 11:04

현대경제연구원 '수출입집중도의 현황과 문제점'…"반도체 경기 둔화시 전체 수출 타격 우려"

인천 송도 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사진=뉴스1
한국 수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품목별 수출집중도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앞으로 반도체 경기가 둔화될 경우 전체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수출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4일 발표한 '수출입집중도의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허핀달지수를 활용해 수출입 측면의 집중도를 측정한 결과 지난해 품목별 수출집중도는 121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품목별 수출입 데이터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197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허핀달지수는 산업, 품목, 지역 등의 경쟁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값이 높을 수록 특정 품목 또는 지역으로 수출입이 집중됐다는 의미다.

품목별 수출집중도는 1990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0년 1204포인트까지 높아진 뒤 정체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급등한 것이다. 올해 5월까지의 수출집중도도 지난해와 비슷한 1210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최근 2년간 품목별 수출집중도가 높아진 것은 반도체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1%, 올해 1~5월에는 20.3%로 역대 최고치였다.

아울러 중국, 베트남 지역으로의 수출 편중이 심화되면서 지역별 수출집중도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5월 지역별 수출집중도는 1018포인트로 1991년(1096포인트)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전체 수출 중 베트남의 비중은 8.1%, 중국은 26.4%였다.

이는 국제 분업 과정에서 중국과 베트남 지역이 생산거점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중간재 수출이 늘어난 결과다. 또 이들 지역이 고도성장을 기록하면서 내수 시장이 커지며 수입을 늘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수출집중도 상승 현상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정 국가나 품목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분산시키지 못해 외부충격에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수출의 반도체 의존도 상승은 반도체 경기가 좋을 땐 전체 수출과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향후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전체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 4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11.8%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겠지만 2020년에는 시장 성장세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중국 등 후발업체의 신규 공급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반도체 수출에는 악재다.

기업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 수출 상위 품목들인 반도체, 조선업, 자동차 등은 진입장벽이 높아 중소기업의 신규 진입이 어렵다. 결국 특정 상품의 수출 확대에 의존한 경제 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더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등 특정 지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미·중 무역전쟁의 부정적 여파를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국내 수출은 중국에 26.4%, 미국에 11.2%를 의존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 국내 수출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이유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산업에 수출이 편중될 경우 해당 산업에 충격이 발생한다면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며 "경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출 품목의 다변화를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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