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상도동 이어 'JP 청구동 자택'도 역사속으로

뉴스1 제공  | 2018.06.23 15:45

53년 동고동락 주민들 "큰별 지고, 한 시대 갔다"
"한 마디로 원칙파…정치인들은 발 끊긴지 오래"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23일 작고한 고 김종필 전 총리의 청구동 자택 모습. /황덕현 기자 © News1
"별이 떨어졌어요, 큰 별. 한 시대가 갔네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청구동 주택가 한 단독주택 주변을 지나는 동네 주민들 입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주민 안창복씨(81)는 "저 집이에요. 키 큰 나무 있는 빨간 담벼락집"이라며 2층짜리 대리석 주택을 가리켰다.

이날 향년 92세의 일기로 작고한 김종필(98) 전 총리 자택이다.

주민들은 '영원한 2인자'로 불리던 김 전 국무총리의 별세를 애도했다. '3김(金) 시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의 마지막 주역의 영멸에 대한 예의였다.

김 전 총리는 박정희정권 시절 제 6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이곳에서 살기 시작해 '3김시대'를 거쳐 외국에 머물 때를 제외하곤 50여년 동안 한 번도 거주지를 옮기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 전 총리는 1965년 5월14일부터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당시 주택 소유자는 부인이던 고 박영옥 여사였다가 박 여사 별세 후 2015년 7월14일 김 전 총리로 소유자가 바뀌며 내리 53년, 일생의 절반 이상을 이 동네에서 보냈다.

그만큼 김 전 총리의 죽음에 대한 이웃 주민의 감회도 남달랐다.

주변 상인과 주민들은 "지병이나 아팠을 때나 최근 병세가 악화한 시기에도 사이렌 소리 한번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네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김 전 총리가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에 아쉬움과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하는 이숙이씨(63)는 "돌아가실 때도 성품처럼 아주 조용하게 가신 것 같다"며 김 전 총리를 회상했다. 이씨는 "총리 시절에는 초소도 있고 경비도 심하니 아예 얼굴조차 볼 수 없었지만 이후에는 얼굴 정도는 봤다"며 "뇌졸중 치료받으러 오가실 때 얼굴을 보면 쾌차하길 멀리서 바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김 전 총리 자택 앞 중구 동호로 10길이 주변보다 개발이나 재건축이 더딘 것을 들며 "한마디로 말하면 원칙파였다"고 김 전 총리를 치켜세웠다.

이씨는 "영향력을 쓰려면 예전에 개발됐을 곳이지만 특혜나 비리 없이 사신 게 오히려 멋지다"고 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김 전 총리가 지난 2015년 2월 22일 부인 故 박영옥 씨의 빈소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뉴스1DB) 2018.6.23/뉴스1

이 동네에서 70년을 산 토박이 정우영씨(70)도 김 전 총리의 집 담벼락을 한참 쳐다보다 나지막히 "그래도 맑은 날 떠나셨네"라며 중얼거리며 자리를 떴다.

정씨는 "청구동하면 JP, 동교동의 DJ(김대중 전 대통령), 상도동 YS(김영삼 전 대통령)이라는 말을 하듯 '정치 핫플레이스'중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정씨는 "(김 전 총리가) 한우 목장도 만들고, 제주도에 감귤사업도 확산한 걸 보면 소시민에 대한 애정이 있던 게 확실하다"며 아쉬운 웃음을 보였다.

김 전 총리 자택 바로 앞 세탁소를 운영하며 김 전 총리의 노년을 가까이서 바라봤다는 A씨는 "김 전 총리의 부인인 고(故) 박영옥 여사가 살아 계실때는 비서를 통해 본인 정장이나 평상복, 박 여사의 옷, 반려견 옷도 자주 맡겼다"고 기억했다.

자택 앞 길 건너편 분식집 주인인 50대 한모씨는 "명절때 골목으로 들어가던 차들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한씨는 "평소에는 정말 한적하다가 추석이나 설이 되면 검은 차들이 우르르 들어가서 김 전 총리의 집인 것을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한씨는 "사실 노환 이후 그런 발걸음도 끊긴지 오래다"며 "정치적으로 정말 한 시대가 갔구나 싶다"고 했다.

김 전 총리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2동 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정부에서 김 전 총리의 국립 현충원 안장을 제안했지만 고인의 뜻을 존중, 가족장으로 고향인 충남 부여 선산에 모일 예정이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전 총리의 부인인 고(故) 박영옥 여사와 합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발인 후 운구가 선산으로 떠나기에 앞서 중구 청구동 자택 앞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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