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 '운전대 잡기' D-2…"보수적인 남성이 마지막 걸림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8.06.22 16:51

일부 사우디 남성들, SNS 등에서 여성운전허용 반대에 나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이 21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운전모의훈련장에서 모의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24일(현지시간)부터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보수적인 사우디 남성들의 반발이 거세다.

사우디국립여론조사센터가 지난 3월 사우디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우디 여성 중 39%가 운전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들 중 27%는 사우디 남성들이 자신을 해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사우디 여성들은 문화적 금기를 깼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친족들이나 남성들에게 해코지를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9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뒤 일부 사우디 남성들은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의 이슬람 성직자들은 "운전이 여성에게 죄를 지을 수 있는 자유를 주게 된다"며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너희는 절대로 운전할 수 없다(You will never drive)"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남성은 '여성이 운전한다면 그들과 그들의 차를 불태워버리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제작해 사우디 당국에 체포되기도 했다.


심지어 여성의 운전을 찬성하는 남성들도 자신의 가족이 운전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사우디 서부 제다시의 아무 무함마드씨는 WSJ에 "(여성들이) 부엌에서 길 위로 처음 나간다"며 "(여성들이) 엑셀 대신 브레이크 밟는 등 사고가 불가피하게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량이 많아져) 교통체증이 발생한다"며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아내가 운전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에 보수적인 사우디 남성들이 운전하는 여성들을 해칠 것을 우려해 '괴롭힙 방지법'(anti-harassment law)도 제정했다. 범법행위 적발시 벌금으로 10만 사우디리얄(약 3천만원)을 내거나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처벌 강도가 높아진다.

일부 사우디 여성들은 해당 법이 현실적인 효과가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제다시의 사라 이브라힘씨는 "법이 적용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안심하지 못하겠다"며 "운전 중 핸드폰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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