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지휘·종결권 뺏긴 檢 충격속 안도…법제화 충돌 불가피

뉴스1 제공  | 2018.06.21 18:25

일선 검사들 "수사권 없는데 재수사 요구 듣겠냐"
"영장·기소단계 지휘…이정도면" 표정관리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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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성동훈 기자
정부가 21일 발표한 합의문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지형 변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검찰이 술렁이고 있다.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이 원칙적으로 경찰에 넘어가 버렸다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지만, 경찰의 수사독점을 견제할 여지를 남겨 "이정도면 선방했다"는 안도 기류도 감지된다.

다만 경찰에 대한 징계요구권, 보완수사 요구의 실질화, 특수수사 등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등 향후 구체적으로 법제화하는 과정에서는 피할 수 없는 '정면충돌' 가능성이 많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정부는 21일 부패·경제범죄와 금융·증권 범죄, 선거범죄 및 사법방해 범죄 등을 제외한 모든 사건의 1차적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 수사권·종결권 부여에 일선 '강력 반발'…"수사공백 커진다"

검찰은 표면적으로는 강력 반발하는 분위기다. 1차적 수사권을 모두 이첩하게 되면 직접수사가 가능한 영역 외에서의 수사 공백이 불가피하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것 같다"며 "경찰에서 무혐의라 생각하고 송치해도 검찰이 사건을 분석·직접 수사해서 숨은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사건도 많았는데 이제 수사권이 없어 못 한다"고 한탄했다. 실제 경찰의 수사결론이 검찰단계에서 변경된 사건은 매년 4만6000여명(기소유예 제외)에 달한다.

그는 "경찰에서 보완요구에 대해 '수사권도 없는 검찰이 수사하라고 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하면 우리는 방법이 없다"며 "등본 등 경찰이 보낸 기초자료만 봐서는 수사가 제대로 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면서 수사공백이 크게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검사는 "검찰은 법원의 유죄 판단을 받기 위해 보다 더 열심히 증거를 모으는 것이고, 경찰도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어 더 열심히 수사하는 것이다"며 부실수사 가능성을 지적했다.

경찰에 수사종결권 부여는 검찰이 가장 반대해온 것이다. 기소권과 불기소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수사종결이라는 사법작용을 경찰에 맡기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수사종결권은 기소권의 연장이고 법률가가 판단해야 하는 일"이라며 "사법경찰관이 무혐의로 결정을 해버리면 검사가 개입할 수 없는데 법률가가 비법률가의 판단에 귀속되는 식"이라며 무혐의 근거 검증이 어려워질 것이라 비판했다.

이번 합의문에는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불송치 결정한 경우 검찰이 위법·부당하다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됐지만, 이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해결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무혐의로 송치받았을 경우 고소·고발인 이의제기가 들어왔을 때만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다"며 "피의자의 협박·회유로 피해자가 이의제기를 못하면 범죄는 방치되고 마는 것"이라 강조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안도·표정관리 기류도…향후엔 충돌 불가피

일각에선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곳곳에 마련해 둔 데에 안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합의문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인권침해·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인지하게 된 경우 검사는 사건 기록 등본 송부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시정되지 않는 경우 사건을 검찰에 송치시키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송치된 사건의 경우에는 공소제기 여부와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 조사 등 수사권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송치된 건은 당연히 지휘할 수 있고 영장청구 단계나 기소 단계에서는 수사 및 수사지휘가 가능할 것"이라며 "경찰 불송치 통보에 대한 이의신청 조항 등이 있어 크게 달라진다 보기 어렵고, 어떤 면에선 국민들 입장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애초에 수사권 모두를 넘기는 방안까지 거론됐던 만큼 특수·선거사건 등의 직접 수사 권한을 남긴 것도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자치경찰제 시행과 사법경찰·행정경찰의 분리가 명문화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찰이 불리할 수 있다"며 "검찰에 기소권만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검찰은 이 정도면 선방한 것이고 지금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 진단하기도 했다.

다만 향후 조문을 구체화 과정에서 큰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대략적인 원칙에만 합의한 만큼 곳곳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검찰에 직접 수사를 허용한 부분도 범죄명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장검사는 "예를 들면 뇌물 사건을 하다 수첩을 발견했을 경우, 뇌물 사건의 증거로는 쓸 수 있지만 죄명에 포함되지 않은 업무방해 혐의가 포착될 경우 이를 경찰에 넘겨야 한다"며 "실무에 들어가면 충돌되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닌데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 말했다.

경찰의 1차적 수사권과 관련해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야 하며, 따르지 않은 경우 직무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과 관련해서도 "정당한지에 대한 판단을 어떤 기준으로 누가 하느냐"며 "징계권자인 경찰청장이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방법이 없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테러, 내란·외환이나 등 국가적 사건이나 연쇄살인의 경우에도 검찰 직접수사 범위에 적시하지 않았다. 경찰의 송치 전에 지휘를 할 수가 없어 추후 입법 과정에서 문제제기될 것이란 관측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정부가 좀 더 의지가 있다면 정부안으로 법률을 만들어 제출했어야 했다"며 "합의문 형식으로 국회에 떠넘기고 그후 관계 기관에 의견을 제시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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