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곡물 '찌꺼기'로 에너지바 만드는 美스타트업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8.06.24 14:00

맥주 1리터 생산시 720그램어치 곡물 버려져… 프리바이오틱스·섬유질 등 풍부

미국 스타트업 '리그레인드'가 만드는 에너지바에 들어가는 재료. 재활용한 맥주 찌꺼기 곡물, 설탕, 시나몬, 견과류 등이 들어가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맥주 만들고 남은 곡물 찌꺼기를 활용해 에너지바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 등에 따르면, 샌프란시코 소재의 스타트업인 '리그레인드'는 음식물쓰레기로 분류돼 버려지는 맥주 찌꺼기 곡물로 그라놀라바를 만든다. 회사 슬로건은 '맥주를 먹어라(Eat beer)'다.

제품은 '허니 아몬드 IPA', '초콜릿 커피 스타우트', '블루베리 선플라워 세종(Saison)' 등 맥주 이름이 붙었지만 무알코올이며 맥주 맛은 거의 나지 않는다.

리그레인드는 2013년에 창립해 지난해 미국 온라인 매장인 아마존 및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연매출은 아직 1억원 규모로 크지 않지만 시장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농무부는 리그레인드와 기술특허 개발 공동연구에 나섰고, 타깃·버츠비 등 기존 유통 및 식품 대기업들도 리그레인드를 지원했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으로 영양가 높은 에너지바를 만드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포브스, 포춘, 워싱턴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도 이 같은 점에 중점을 두고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맥주를 만들 때 드는 재료는 물, 효모, 홉(맥주의 쓴맛을 내는 열매), 그리고 보리와 밀 등의 곡물이다. 뜨거운 물에 곡물을 담가 놓으면 곡물에서 설탕이 분리된다. 이 설탕물을 따로 추출해 효모와 섞으면 효모가 설탕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맥주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곡물은 음식물쓰레기로 분류된다. 맥주 5갤런(18ℓ)를 만드는 데 버려지는 곡물은 30파운드(13㎏). 1리터당 720그램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한 해 생산되는 맥주는 60억 갤런으로 미국에서만 매년 360억파운드(1630톤) 규모의 곡물이 낭비되는 셈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대형 맥주제조업체의 경우 그동안 농부들에게 돈을 주고 이 같은 곡물 쓰레기를 처리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농부들은 이를 썩힌 뒤 비료로 사용했다.

다니엘 쿠르즈록 리그레인드 대표는 "최근 몇 년 간 수제맥주 붐이 불어 도심에도 수제맥주 공장 및 작은 양조장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농가와의 거리가 멀고 작은 양조장일수록 이 같은 쓰레기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생 시절 맥주를 제조하다가 이처럼 버려지는 곡물을 아끼자는 생각에 리그레인드를 창업했다고 밝혔다.

리그레인드는 이런 찌꺼기를 무상으로 받아 재활용한다. 현재까지 15톤어치의 맥주 찌꺼기를 에너지바로 만들었다.

리그레인드에 따르면, 재활용 곡물은 기존 곡물보다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장내 유산균의 성장을 돕는 물질)와 단백질·섬유질이 더 풍부하다. 또 설탕이 분리된 곡물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저칼로리 식품이 된다. 통상적인 에너지바는 150~200칼로리, 리그레인드 제품은 130칼로리이다.

한편, 리그레인드는 재활용 곡물을 활용해 더 많은 식품을 제작하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쿠르즈록 대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빵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빵과 파스타 등 곡물 기반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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