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북한경제 연구…기업 세우려 40번 다녀왔죠"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 2018.06.18 11:21

[피플]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센터장 "북한 경제·금융전문가 양성해야"

"북한이 그간 핵문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경제로 관심을 돌릴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싱가포르를 방문해 관광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겸 북한경제연구센터장./사진=본인제공.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겸 북한경제연구센터장은 18일 "북한에 과거와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28년간 북한 경제를 연구하고 있는 조 센터장은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면서 각 기관과 기업의 자문 요청에 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 센터장은 대학 시절 경제학을 공부한 후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통일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1990년 기업은행 조사부에 입행하면서 본격적으로 북한 경제를 연구했다. 이후 중소기업진흥공단을 거쳐 한 벤처기업에 부사장으로 영입돼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이 기업의 북한 진출 등 대북사업을 총괄했다. 2003년에는 개성공단이 열리면서 통일부, 중소기업청 등의 자문 역할까지 맡아 40번 이상 평양과 개성 등 북한을 오갔다.

그는 "북한에 가서 공장도 짓고 협상도 하고 기업 운영도 직접 해보며 북한 경제를 몸으로 체험했다"며 "당시 경험으로 이제는 북한이 한마디를 하면 무슨 생각에서 하는 말인지, 문건이나 구호는 어떤 뜻으로 만든건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2006년에 IBK경제연구소로 돌아왔고 지난달부터는 연구소 내에 신설된 북한경제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또 'IBK남북경협지원위원회'의 위원으로 기업은행의 개성공단 진출과 대북사업을 준비하는 중소기업 지원 등도 논의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남북간 경제협력을 통해 기업의 성장 동력이 창출되면 일자리 부족, 저성장, 고령화와 저출산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은 개성공단 등에 진출해 기업을 지원하고 인프라 투자와 국제자본 유입의 창구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며 성장의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 전문가의 90% 이상이 정치와 군사 연구에 쏠려 있어 경제나 금융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려면 북한을 제대로 알고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쪽 시각만 가지고 협상하면 100% 실패하게 되는데 북한 경제나 금융을 아는 전문가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서 하나를 작성하는데 간단한 용어만 해도 남북한간 차이가 크다"며 "기업 부사장 시절에 북한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종업원을 교육한다'는 내용을 넣고 싶었는데 북한은 사상 문제 때문에 '교육'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 기술을 '전수'한다는 말로 계약서를 변경해야 했다"고 과거 경험을 소개했다.

조 센터장은 국내 대학원에는 북한 관련 과정이 있지만 대학교에는 관련 학과가 부족하다며 국립대부터 북한경제학과 등을 신설하고 기업들도 사내 대학을 만들어 북한 경제를 교육하는 등 북한 경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일이 통일 후유증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서독에 동독 경제를 연구했던 학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서독의 동독 경제 전문가들이 통일된 이후 동독에 대거 투입돼 동독의 경제 개발과 시스템 구축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또 "추후 남한의 북한 경제 전문가들이 북한 인력을 교육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며 "10년 전인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경협이 이뤄졌기 때문에 실제 북한 현장을 경험한 적이 있는 인력들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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