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호텔 셰프, 식품회사로 간 사연

머니투데이 수원(경기)=김민중 기자 | 2018.06.18 04:45

[피플]김무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편의식품센터 연구원

김무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편의식품센터 연구원 /사진제공=CJ제일제당

'내가 왜 소수의 사람만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을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내 음식을 맛보게 할 순 없을까.'

2010년 어느 날 서울의 5성급 호텔 주방에서 한식을 만들던 셰프는 문득 회의감에 사로잡혔다. 이 셰프는 호텔주방에서 나와 기업으로 향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편의식품센터 김무년 연구원(39) 이야기다.

김 연구원은 한식 셰프였다. 그는 강원 원주시 고급 한정식집, 서울 세종호텔을 거쳐 JW메리어트호텔 서울 셰프로 올라섰다. 승승장구 하던 그였지만 마음은 허전했다.

그는 "제가 만든 맛있는 음식을 호텔에 오는 일부 사람들한테만 선보일 수 있다는 게 아쉬웠어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제 음식을 먹고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1달에 2번씩 보육원과 노인요양원 등에서 음식 봉사를 하며 답답한 마음을 풀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요리를 하니 행복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호텔을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졌습니다."

그러다 2010년 7월 우연히 CJ제일제당과 인연이 닿았다. 식품회사에 들어가면 온 국민에게 자기 요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셰프로 이직했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을 위한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입사 초기엔 시행착오가 많았다. CJ제일제당에선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가 부담 없는 가격에 사 먹을 수 있도록 제품화하는 작업이 필수였다. 김 연구원은 "음식 자체에만 몰두하다 함께 일하는 연구원들과 마찰을 빚기 일쑤였고 개발에 참여한 제품들은 줄줄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어요"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타협해야 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음식에 대한 고집을 조금 꺾어야 했다. '가격 부담이 없으면서도 최고의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자'. 결국 개발에 참여한 국물 요리 HMR(가정간편식) '비비고 육개장'이 히트에 성공했다. 2016년 6월 출시한 비비고 육개장은 최근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돌파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꼴로 비비고 육개장을 맛본 셈이다.

김 연구원은 "마트에서 사람들이 제가 만든 제품을 사 가는 걸 보면 뿌듯해요. 따로 사는 아버지가 전화해서 '네가 만든 음식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신 적도 있는데 너무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제품 개발 초기에만 참여하는 셰프에서 개발 전체 과정을 총괄하는 연구원으로 직종을 변경했다. 올해 5월 출시한 '비비고 소고기장터국'이 연구원으로서 낸 첫 제품이다.

그는 "셰프로서 개발에 관여한 육개장도 애정이 가는 제품이지만 연구원으로서 주도적으로 만든 소고기장터국이야말로 진정한 '김무년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소고기장터국이 육개장처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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