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올해부터 특성화고 채용전형을 이어나갈지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은 특성화고 합격자를 모두 준정규직으로 배치해왔는데 올초 노사합의를 통해 준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일반직에선 학력을 따지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이뤄지는데 특성화고 출신을 배려하면 역차별이 되고 특성화고 전형을 유지하려고 준정규직을 되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텔러 직군을 따로 운영하는 이유는 일반직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업무 범위가 영업점 창구 또는 본부의 지원담당 등으로 제한돼 일반직보다 보수가 낮고 승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텔러 직군은 은행 일반직보다 급여가 낮을 뿐 중소기업은 물론 상당수 다른 산업보다 높은 급여에 일반직과 똑같은 복지 수준과 고용 안정성으로 고졸은 물론 대졸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텔러는 특성화고 출신이 아니더라도 고졸 청년들 사이에 도전해볼 만한 ‘좋은’ 직업으로 꼽힌다. 일반직은 블라인드 채용이라 해도 스펙 등이 대졸자에게 밀릴 것이란 우려가 있는 반면 텔러는 고졸자가 상당수 채용되기 때문이다. 텔러는 여성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직군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회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텔러 중 여성 비율은 95%였다. “지원 단계에서부터 이미 여성이 절대 다수”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정규직화가 추진되면서 주로 무기계약직 형태였던 텔러 직군 채용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으로선 정규직으로 전환돼 일반직과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하는데 업무 범위는 제한된 텔러를 늘리는 것이 비효율적이다. 마침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텔러 수요도 줄고 있다.
이미 수년간 특성화고 전형은 대폭 위축돼왔다. 신한은행은 2015년 90명, 2016년 50명을 채용한 이후 아예 특성화고 전형을 중단했고 국민·우리·KEB하나·기업 등 4개 은행의 특성화고 채용 인원은 2015년 258명에서 지난해 160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고졸 및 여성 구직자들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한 구직자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학력과 성별 차별을 금지한다지만 고졸, 여성 합격자가 많았던 기존 채용전형이 없어지면 고졸, 여성 취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구직 카페에는 “필기시험이 의무화된다는데 고졸자가 경제 분야를 전공한 대졸자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글도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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