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대한민국, 20년 뒤엔 성장·복지·세금 모든게 '마이너스'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 2018.06.19 04:30

[저출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저출산이 초래하는 문제들

편집자주 | 지난해 여성 1명이 평생 나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05로 떨어졌다. 2015년에 통계청이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예상했던 가장 비관적인 전망 1.14명 보다 한참 낮다. 이런 저출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예기치 못한 파괴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국방예산에 버금가는 예산을 지출했지만 상황을 되돌리진 못했다. 인구 감소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은 계속 이어가되, 인구 감소의 상황에서도 국가경쟁력을 유지할 방법은 없는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픽 = 최헌정 기자

“잘 주무셨는지요. 오늘 뉴스를 들으시겠습니까.”
출근을 하기 위해 자동차 뒷좌석에 오르니 차가 말을 걸었다.
“주요뉴스만 읊어 봐.”
눈을 감고 명령을 했다. 수소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는 미끄러지듯 차고를 빠져나가며 아침에 들어온 뉴스를 말하기 시작했다.
“작년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선 밑으로 떨어졌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습니다. 2012년 5000만명을 돌파한 이래 25년 만입니다. 작년 경제성장률도 발표됐는데요, 마이너스 1.1%입니다. 3년 연속 역성장이네요. 교대 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통폐합하기로 한 정부 방침에 아침부터 교대생들과 동문들이 항의 집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만! 좀 즐거운 얘긴 없어?”
“아 이건 그나마 긍정적인 뉴스입니다. 대신 정부에선 고령자 간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대규모 간호대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지금부터 20년 뒤, 2038년 어느 날 서울에 사는 직장인의 출근길을 상상한 모습이다. 자율주행차가 들려준 뉴스는 단순히 공상이라고 치부하기가 어렵다. 모두 ‘저출산’이 초래할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내용이다.

◇20년 뒤, 생산가능인구 비중 50%대로 하락, 노인 인구는 2배로 =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인구는 5163만 명이다. 인구는 아직은 성장하는 추세지만 통계청의 비관적인 전망(저위추계)을 따를 경우 2023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로 2035년에는 5000만명선 턱걸이를 하게 되며, 이후 4000만명 대로 내려가게 된다.

전체 인구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생산 가능인구인 15∼65세 인구다. 이들 연령대가 경제의 생산성과 소비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작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저위추계로 가늠해 보면 2030년대 후반이면 전체 인구의 60%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73% 수준이며, 일본이 60% 선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현재 14% 내외에서 20년 뒤엔 30% 선으로 2배 이상 늘고, 14세 이하 인구는 현재 13% 선에서 10%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인구구조 변화가 초래할 변화는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을 869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했다. 이는 곧 경제성장률에 반영됐다. 1997년부터 1%대 전후의 저성장을 이어간 것.


1998년과 1999년 두 해 연속 역성장을 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친 2009년에는 성장률이 마이너스 5.4%까지 떨어졌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내수가 축소와 공급과잉을 유발해 가격경쟁을 심화시키고 디플레이션을 초래한다.

일본 경제를 장기 불황에 빠뜨린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 현재는 연간 3% 성장이 목표이지만, 마이너스 성장만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날이 멀지 않았다.

◇만성화된 저성장, 재정적자, 세수감소= 인구는 내수 산업 구조의 변화를 초래한다. 14세 이하 인구는 현재보다 200만명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노인 인구는 700만 명 정도 늘어난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교육 산업이 쇠퇴하는 반면 요양기관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교사 수요는 줄어드는 대신 간호사나 사회복지사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일본은 책 판매량에서 알콜 소비량까지 모든 게 감소했다. 아기용 기저귀보다 노인 기저귀 산업이 더 각광을 받는다.

인구가 줄면서 부동산 관련 산업은 장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 2015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06만9000개다. 2010년(81만9000개) 조사 때보다 25만개의 빈집의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3482개 읍면동 중에서 1383개(39.7%)가 30년 내에 소멸할 수 있다.

저출산은 국민의 노후보장 수단인 국민연금 재정도 위태롭게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합계출산율 1.05명이 유지되고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할 경우 2055년이면 연금이 바닥나게 된다. 정부가 2013년 추계한 고갈 시점 2060년보다 5년 앞당겨지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세수 감소, 고령자 복지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 적자 확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의료비 부담으로 의료비 보장도 축소하는 게 불가피하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부터 고령층에 대한 의료복지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7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의료비 본인 부담액이 일정액에 이르면 초과분을 돌려주는 ‘고액요양비제도’를 단계적으로 줄여가기 시작한 것. 75세 이상에 제공하는 의료비 경감 특례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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