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VS 교보생명, 교보증권 M&A 진실게임…서로 말 달라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송학주 기자 | 2018.06.14 04:32

교보생명, 교보證 수요조사 나섰지만 '진의' 오락가락…우리銀 "서두를 필요 없다"


교보증권을 둘러싸고 대주주 교보생명과 우리은행의 입장이 엇갈려 진실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우리은행이 교보증권 인수 의사를 먼저 밝혔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리은행은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매물에 주목해 온 우리은행의 행보와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교보생명의 노림수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교보증권은 지난 12일 “최대주주인 교보생명보험에 문의한 바 지분의 지속 보유, 합작회사 추진 또는 지분 매각 등 교보증권의 발전 방안으로 고려 가능한 사항 전반에 대해 통상적인 수준에서 검토 중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우리은행이 교보증권 인수를 추진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조회공시 요구가 들어오자 답한 것이다.

공시는 문자 그대로 교보증권을 지금처럼 유지하거나 투자를 받아 합작회사로 전환하거나 아예 매각하는 등 모든 방안을 열어 놓고 고민 중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매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데 방점이 찍힌다. 통상 매각 의사가 없으면 공시에 분명하게 밝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증권을 팔 생각이 있는지 질문하자 “전혀 없다”며 “우리은행 쪽에서 인수 타진 의사가 왔고 그에 대해 검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시장이 받아들이는 교보증권 공시와 사실상 상반된다. 보안을 신경쓰는 M&A(인수·합병) 시장의 특성상 매수 후보로 우리은행을 공개 지목한 것도 부자연스럽다. 금융권 관계자는 “‘팔 생각이 없다’면서 ‘살 곳은 있다더라’고 얘기를 흘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도 교보생명 관계자의 발언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PEF(사모펀드)에서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을 팔려 한다며 인수 의사가 있는지 접촉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복수의 PEF와 접촉해 교보증권 지분을 매각할 의사를 밝혔고 이에 PEF는 우리은행과 주요 금융지주사 등 매수 후보들을 상대로 수요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교보생명의 입장과 교보증권 공시가 오락가락하는데 대해 교보생명 특유의 M&A 전략이 재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교보증권 매각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언론을 통해 “팔 수 있다”고 공개 언급한 것도 여러 번이다. 2008년에는 유진그룹을 대상으로 매각이 상당 부분 진척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M&A 시장에서 교보생명이 우리은행과 얽힌 것도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우리은행의 ‘통매각’ 추진 당시 신 회장은 “관심이 있다”며 예비입찰까지 참여했지만 본입찰 당일 포기했다. M&A 시장에서 교보생명의 말 바꾸기는 꽤 유명한 셈이다.

시장에선 교보생명이 IPO(기업공개)를 요구하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교보증권을 팔 생각이 없으면서 매각 의사를 흘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필요해 교보증권을 팔려 한다는 관측도 있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의 시가총액은 지난 12일 종가 기준 4050억원이었다. 최대주주인 교보생명과 특수관계자 보유 지분 54.74%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다 해도 교보증권 지분을 팔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3000억원 정도다. 교보생명이 IFRS17 도입에 대비해 다음달 최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큰 금액이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지난해 7월에도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3000억원이 아쉬워 교보증권을 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교보생명의 진의는 알 수 없지만 비은행 부문을 키우려는 우리은행의 사정을 활용해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전환을 결의하고 내년초 지주사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증권사 인수에 힘쓸 여력이 없다”며 “내년에 지주사로 전환되면 굳이 PEF를 통해 증권사를 인수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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