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씨(29)는 호텔을 빌려 친구들과 파티를 열고 푹 쉬는 '호캉스'가 취미다. 하룻밤에 월급의 1/10 가량인 30~40만원을 쓰지만 만족도는 높다. 이씨는 "회사 다닐 때는 항상 그만 두고 싶은 마음만 들고 사는 낙이 없다"며 "이렇게 돈을 쓸 때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수년째 저성장과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고가의 여행, 쇼핑을 즐기는 럭셔리(Luxury)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서 불황을 겪은 일본에서 유행한 소비트렌드 '일점호화'(一點豪華·씀씀이를 줄이면서도 특정한 분야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성향)가 국내에서도 확산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동안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대의 고급 패션, 음식, 여행 소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30만원에서 80만원에 이르는 고가 스니커즈의 구입액은 전년 대비 106% 증가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수십만원에 이르는 신발에 젊은이들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고급 호텔 뷔페, 파인다이닝(고급 정찬 요리)를 '삶의 낙'으로 꼽는 이들도 늘고 있다. 10만원을 호가하는 호텔 뷔페에서 기념일을 보내는 것은 20, 30대 사이에서 '단골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호텔 뷔페 상품 구매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은 85%에 달한다.
제품보다 '경험'을 사는 성향도 일점호화 소비 확산의 이유로 꼽힌다. 하룻밤에 수십만원에 달해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진 일본 료칸 여행이 대표적이다. 티몬에 따르면 같은 기간 20대의 료칸 여행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6)는 "선뜻 내기 부담스러운 액수였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 결심했다"며 "한번 돈을 써도 특별하게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료칸 여행 뿐 아니라 아프리카, 남미 등 낯선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에게 고가 소비는 자신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분석한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세대는 너저분하게 10개를 사서 쓰기보단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제품 1개를 사는 걸 선호한다"며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돈을 쓰는 자기표현을 위한 소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인 만큼, 특별한 경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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