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사업체를 운영하다 소설공모전으로 발탁돼 SF작가로 꾸준히 활동한 문윤성 작가(본명 김종안)의 ‘완전사회’가 바로 해당 작품이다. 30여년 전 한 대학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이번에 복간된 ‘완전사회’는 1965년 ‘주간한국’의 창간기념 추리소설 장편 공모에 당선돼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고, 1967년 수도문화사에서, 1985년 흥사단출판부에서 두차례 출간됐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 했다.
이번에 다시 빛을 보게 된 책은 페미니즘과 젠더에 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새로운 관심을 끌 수 있다는게 출판사와 세상을 떠난 문 작가 유족들의 설명이다.
소설은 다소 암울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20세기 중반, 인류는 저온 상태로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발명하고, 인간을 미래로 보내려 한다. 전 세계인을 상대로 후보 선정에 들어가고, 가혹한 테스트를 통해 한국인 남성 우선구(작품의 주인공)가 선택된다. 160여년 후 긴 잠에서 깨어난 그가 마주한 미래는 여자들만 살아가는 여인천하다. 주인공이 여자들만 살아남은 지구에 남겨진 유일 남성으로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찰해 나간다.
‘완전사회’를 집필한 1960년대 중반 당시는 1957년의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지속된 우주개발의 진작 분위기가 한창이었고, 미국의 아폴로 계획이 달 착륙을 목전에 두고 거침없이 진행되던 때였다. 그 당시 첨단과학의 변방이었던 한국조차도 과학기술과 교육 분야에서 ‘우주개발’을 가장 두드러진 구호 중 하나였고 작가는 우주개발과 다양한 과학지식과 윤리의식 등을 접목했다.
SF 전문 출판사 아작과 문 작가의 유족 등은 책 인세 전부와 후원금 등으로 이르면 올해 '문윤성 문학상'(가칭)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한국추리작가협회의 초창기 멤버로도 활발히 참여하며 ‘추리소설의 과학화’를 주장해온 문윤성 작가는 탄탄한 과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덴버에서 생긴 일', '전원 랩소디' 등 많은 단편과 장편소설로 '일본심판', '사슬을 끊고' 등을 발표했고 2000년 타계했다.
◇완전사회=문윤성 작, 아작 펴냄. 480쪽/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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