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유세하고 '수당 3만원'…"이거 실화인가요"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 2018.06.08 05:00

공직선거법, 선거사무원 '수당 3만원' 규정…식비·일비 합쳐도 7만원 '열정페이'

한 후보의 선거 유세에 나선 선거사무원들 /사진=뉴스1
선거사무원들이 '일당 3만원'의 열정페이에 시달리고 있다. 선거사무원(운동원) 수당 상한액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당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7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유세차나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선거사무원의 일당은 최대 7만원(수당 3만원, 일비 2만원, 식비 2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서 후보가 식사를 제공할 경우에는 식비를 제외하기 때문에 수당이 더 적어질 수 있다.

선거사무원은 통상 출근시간인 오전 7시에 유세활동을 시작해 퇴근 무렵까지 일한다. 적게는 10시간, 많게는 14시간이다. 하루 평균 10시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시급은 7000원이다. 최저임금(7530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선거사무원 A씨(27)는 "선거 운동이라는 게 정확한 시간이 정해진 일도 아니고, 거의 하루종일 일한다고 보면 된다"며 "박봉 때문에 요즘은 하려는 사람도 없고, 너무 힘들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대법원, '선거사무원' 근로자로 인정했지만…'열정페이' 규정은 여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펴낸 '비례대표지방의원선거사무소 및 정당선거사무소 정치자금 회계실무' 일부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사무원을 일종의 '봉사자'로 보는 시선이 많지만 선거사무원은 엄연한 근로자다. 2007년 대법원은 "(후보자의) 지휘·감독 아래 선거 홍보를 하게 하며 일정 기간 선거사무소를 운영하게 한 경우 일용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며 선거사무원를 근로자로 인정한 바 있다.

선거사무원들은 최저임금법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선거사무원들은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있다. 4대보험에 가입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칫 사고를 당할 경우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이후 2010년 선거사무원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실제 근무시간 등을 반영하지 않고 수당 상한액을 정하면서 '열정페이'를 고착화시켰다.

선거사무원들은 수년째 법의 테두리 밖에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당국은 문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선거사무원의 근로조건 문제는 아직까지 진지하게 논의해본 적이 없었다"며 " 이슈가 불거지면 내부적으로 논의해볼 사항"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수당, 근무시간 손봐야"…'최저임금 지급'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 돼

이근덕 노무법인 유앤 대표는 "선거사무원의 근로자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현행 공직선거법의 규정은 근로기준법과 명백히 모순된다"며 "수당을 비롯해 휴일·주말 할증, 근로시간 등 관련 규정을 모두 손봐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선거사무원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청구권을 행사할 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열정페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치권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선거 관계자의 수당을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시된 금액으로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 의원은 "선거사무원이 근로자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일당 지급 기준을 현실화 해야한다"며 "바람직한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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