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에 근거한 투표의 전국적 무늬는 시기에 따라 변화했다. 그래서 어떤 당이 정권을 잡았는지, 선거 당시 사회적 현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선거가 인접한 시기에 어떤 돌발변수들이 터지는지에 따라 민심의 향방은 요동쳤다. 이러한 역동 속에서도 눈에 띄는 하나의 일반적 추세는 호남 소외현상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투표의 전반적 결과는 서울을 제외하면 호남 대 비호남의 구도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추세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호남과 영남, 충청과 강원, 그리고 서울에 대한 고정관념이 저마다의 특색을 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연구를 통해 볼 때 호남에 대한 내용이 특히 부정적이라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우리 역사에서 수탈과 저항의 아이콘인 이 지역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부정적 인식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참 역설적이다.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선거의 표심도 지난번 대선에서는 상당히 다른 그림을 보여주었다. 이전 정권의 실정을 고려할 때 투표의 결과가 놀랄 만한 것은 아닌 듯싶다. 그 선거에서 정말로 놀랄 만한 결과는 전반적으로 영남이 하나의 섬으로 남았다는 것이고, 특히 경북이 그랬다는 사실이다. 과거 선거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결과가 지난번 선거에서 나타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결과를 시대적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점차 객관적 현실과 사실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정치적 공과를 냉정히 평가해볼 때, 이러한 선거결과를 과거에 비해 지역에 근거한 맹목적 판단을 적게 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선거 판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 가능성, 그리고 그러한 가능성이 현실화했을 때 우리 사회가 겪게 될 심리적 변화를 예상해 보았다.
한편으로 이번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는 앞으로의 선거가 지난번 대선의 추세를 되풀이하는지를 가늠해보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바뀐 추세의 선거가 되풀이되는 것은 또다른 지역주의의 폐해요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과거 투표행태가 호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반영하듯이 바뀐 투표의 경향 역시 영남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선거는 출신 지역에 기반한 선거와 정치에 그 종지부를 찍을 때다. 지역에 근거한 것처럼 엄연한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선거와 정치는 단기적으로는 그 당사자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초래하는 폐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 지역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그에 기반한 행위가 아주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역사는 잘 보여주었다.
지역주의에 기반하지 않은 선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에서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현실적인 요소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정치인은 이러한 해악을 선거에 개입시키지 말아야 하고 투표권자는 이와 같은 요소를 지닌 정치인을 거부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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