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구의원'은 아무나 뽑겠다고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8.06.07 05:05

지난해 기준 1인당 지방정부 예산 523억원 감시, 역할 중요…"평소 동네 위해 뭘 했나 살펴봐야"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2월21일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78회 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유권자인 한모씨(36)는 최근 6·13 지방선거 공보물 더미를 받았다. 그는 서울시장·서초구청장·서울시교육감까지만 공보물을 대충 살펴본 뒤 시의원·구의원은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전혀 몰랐기 때문. 한씨는 "시의원·구의원이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그냥 아무나 뽑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6·13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방의회 후보들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 지자체장과 교육감 등 유권자가 뽑아야 할 후보가 많아 뒷전으로 밀린 탓이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지방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지 감시하고 지역에 필요한 조례를 만들거나 없애며 막대한 예산을 검토·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세금 또한 만만찮다. 면밀히 살펴보고 뽑아야 하는 이유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뽑히는 지방의원은 총 3751명이다. 광역의원(서울시·경기도 등 광역단체 의원)이 824명, 기초의원(일반 시·군·자치구 등 기초단체 의원)은 2927명이다.



지방의원은 '지역 살림꾼'…1인당 예산 523억원 감시



지방의회란 뭘까. 각 지역 주민들을 대표해 지역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지방정부 의결 기관이다. 시·도의회, 시·군·구의회가 있다.

국회와 비교해 생각하면 쉽다. 국회의원이 국정 전반을 다룬다면, 지방의원들은 해당 지역 현안에 좀 더 집중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국가 중대사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살림살이와 밀착된 일들을 한다.

예컨대 국회의원은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을 만들지만, 지방의원들은 지방에서만 통용되는 '조례'를 만든다. 또 국회의원이 중앙정부 예산을 다룰 때 지방의원들은 지방정부 예산을 심의·의결한다.

지난해 말 유성구의회가 제4차 본회의를 열고 폐회하는 모습. 구의회는 이날 내년도 예산으로 전년 대비 10.84% 증액된 4479억 9435만원을 확정했다./사진=유성구의회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방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또 주민들의 불만·요구 사항을 살펴보기도 하고, 이를 반영해 조례를 만들거나 고치거나 없앤다. 예산을 계획에 맞게 썼는지 확인·점검하는 것도 지방의회 역할이다. 지역 주요 현안이 있을 때는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기도 한다.

이들이 다루는 예산은 막대하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17 행정자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정부 예산은 총 193조1532억원이나 됐다. 2014년 6월4일 뽑은 민선6기 지방의원은 총 3687명이니 1인당 523억8763만원의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한 셈이다.

가장 큰 광역단체인 서울시만 해도 지난해 40조1630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는데, 이를 서울시의원 106명이 심사했다. 1인당 3788억9622만원씩 들여다본 것이다. 어떤 지방의원을 뽑느냐에 따라 막대한 혈세가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불필요한 예산을 잡아내 아낄 수도 있다.



광역의원 1인당 평균 연봉 5743만원…공분 일으키거나 삶의 질 바꾸기도




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세비 또한 만만찮기 때문.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광역의원 평균 연봉은 세전 5743만원이다. 1인당 월급 487만원을 받는 것이다. 기초의원 평균 연봉도 3858만원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는데, 서울시의원은 6378만원으로 가장 많이 받는다.

그에 비해 일을 제대로 안하는 지방의원들도 많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014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분석해 발표한 '지방의회 의원 평가보고서'를 보면 17개 광역 시·도 의원이 발의한 조례는 1년 평균 1건이었다. 서울시의회 의원 106명 중 임기 절반인 2년을 보내는 동안 단 1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도 51명이나 됐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공분'이 돼 돌아오기도 한다. 김학철 의원 등 충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물난리로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을 외면한 채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다. 22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수해에도 지방의원들이 현안을 돌보지 않아 한동안 입길에 올랐다.

반면 지방의원들이 잘 만든 조례는 삶의 질을 바꾸기도 한다. 2016년 4월 서울시의회가 제정한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 금연' 조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조례는 간접흡연의 피해가 심각했던 '사각지대'를 잘 발굴해 금지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태료 10만원도 부과토록 해 실효성을 담보했다.



전문가 "정당과 기호는 주민 불편 해소와 무관, 평소 동네 위해 뭐 했는지 봐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6일 오후 서울역 3층 맞이방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사전투표소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같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좌우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당만 보고 무작정 뽑겠다는 이들도 많다. 지방의회의 역할과 중요성을 간과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지방의원을 뽑을 때 평소 동네를 위해 뭘 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휴식 시간이 없을 정도로 지방의원들이 주민들과 호흡한다. 주차 위반 딱지까지 부당하다 생각되면 지방의원들에게 연락한다"며 "주민 생활 편리하게 만드는 첫 단추가 지방의원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정당공천제'를 들며 이를 없애야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당을 끼고 하다보니 국회의원 눈치보기 바쁘고 경조사 챙기고 주민들은 뒷전"이라며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하다 낙하산처럼 와서 공천을 받으니 주민 편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유권자들에게 "기호하고 정당은 주민 불편 해소와 아무 상관 없다. 그런 걸 보지 말고 평소 동네를 위해 뭘 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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