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3일만에 공모가 3배, 누군가는 틀렸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18.06.07 04:3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수 십 년 IPO(기업공개) 경력 증권사 본부장과 6명의 전문가들이 회사를 실사한다. 대표이사를 만나고 회사의 연구개발 업적을 살피고, 재무현황과 매출실적을 파악한다. 심지어 임직원의 복리후생까지 점검한다.

10개월 동안 기업실사만 8차례. 수익성과 매출의 우량도를 측정한다. 회사 주요제품의 성장잠재력을 보고, 시장경쟁 상황도 살핀다. CEO(최고경영자)의 자질도 검증한다.

업종이 비슷한 수많은 기업을 추려내고, 가장 유사한 기업 몇 개를 선정해 가치를 비교한다. 비상장기업의 가치가 정해지고, 이 가치에서 30% 정도 할인하면 희망공모가밴드가 나온다. 기업을 상대로 얼마에 공모주식을 사갈 것인지 조사를 한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공모가를 정한다.

하지만 요즘 공모주 시장에 불어닥친 투자광풍에 이렇게 산정된 공모가가 무용지물이 됐다. 현대사료와 제노레이는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두 배로 정해졌다. 세종메디칼도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54% 높다. 심지어 현대사료는 상장된 이후 3일내내 상한가를 기록했다.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338%다. 세종메디칼도 상장 다음날 공모가보다 152% 오르기도 했다.

본래 공모가를 정할 때 기업가치 보다 할인한 30%는 공모주를 살 투자자들 몫이다. 그런데 단 며칠 만에 수백%씩 주가가 오른다.

뭔가 이상하다. 아니 증권사나 투자자 중 누군가는 기업의 가치를 잘 못 평가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최선을 다해 기업가치를 평가했지만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반응할 때 허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본래 가치를 찾아갈텐데 피해를 볼 투자자들이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모주 투자로 재미를 봤다는 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새내기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잘만 선택하면 상한가를 몇 번씩 가기도 하니 솔깃한 투자처가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상장초기 급등하는 주식에 대한 기관·외국인 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의 시각차다. 단 한 종목을 제외하고, 기관은 매물을 쏟아냈고 이 매물은 개인투자자들의 몫이 됐다.

이번에도 패배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13곳(이전상장 제외) 중 7곳은 상장 직후 최고가를 기록한 후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십% 하락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장초기 주가의 절반도 안되는 기업도 있다. 제노레이도, 세종메디칼도 하루에 시차가 있었을 뿐 급등 후 급락한 패턴은 유사했다. 3일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사료도 위태로워 보인다.

개미지옥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스스로 냉정해지는 것 뿐이다. 개인이 기관의 투매 물량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공모주들의 비이상적인 급등도 없었을 것이다. 공모주식이 상장되고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비정상적인 시장은 결국 파멸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다. 공모시장에서 이상현상이 이어진다면 시장은 언젠가 작동할 것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손실의 멍에를 뒤집어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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