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구청장님, 기숙사 지어도 될까요?"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한지연 기자 | 2018.06.10 05:01

[악수말고 '공약'으로-②]대학가 최대 관심사 '기숙사'…성동구·성북구·동대문구 구청장후보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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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야죠. 학생들 문제가 우선입니다" (안성규 바른미래당 성동구청장 후보)
"주민 생활과 생계를 보호하고 대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찬옥 자유한국당 성동구청장 후보)
"당장 대답하긴 어렵습니다" (이승로 더불어민주당 성북구청장 후보)

대학가에서 '기숙사 건립'은 뜨거운 감자다. 표를 쥔 지역 주민들과 여론을 좌우하는 대학생들의 갈등은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숙사 문제의 '키맨', 구청장 후보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대학 기숙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성동구·성북구·동대문구의 구청장 후보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조사는 기숙사 건립이 논의되고 있는 서울시내 3개구 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5월 5주차 리얼미터 주간 집계' 기준 서울지역 정당지지도 1~3위 정당 한정)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에 계류중인 총신대 기숙사(동작구) 문제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생존권을 주장하는 주민들과 주거비 경감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후보들 대다수는 '모든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식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후보마다 차이가 있었다. 후보들의 입장은 적극 추진과 유보적인 입장으로 나뉘었다.

◇성동구: "대찬성", "주민 생계·생활 대변이 가장 중요"…명확한 대비
한양대 기숙사는 2015년 신축이 결정됐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사업 추진이 가로막혔다. 2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신축 계획을 통과시켰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한 시의원 후보가 '기숙사 신축 저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철회하면서 다시금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현직 구청장인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대찬성이다. 이 입장은 학생과 학교 측에 수차례 밝혔다"며 "학교가 관련 서류를 마련해 신청하는대로 적극 돕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기숙사 설립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선 학교, 학생, 주민들의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성규 바른미래당 후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찬성의 이유로 들었다. 안 후보는 "학생 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원룸 밀집이 지역이 슬럼화 되고 있어 부작용이 크다. 원룸촌을 탈피하는 것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주민 생계'를 강조한 정찬옥 자유한국당 후보는 학생 주거에 방점을 찍은 다른 두 후보와 대비됐다. 정 후보는 "기숙사 건립 및 증설 자체를 큰 관점에서는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임대업이 현재 한양대 인근 주민들의 주 수입원이자 생활 자금이 된다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고도 단호하게 주민들의 생활과 생계를 보호하고 대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성북구: 후보 모두 유보적…극심한 갈등 영향

2013년 건립 계획이 발표된 고려대 기숙사는 5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개운산 환경파괴와 월세 수요 감소를 이유로 든 주민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대는 녹지에 기숙사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원 조성계획 변경건'을 구청에 제출했으나 구청 측은 주민 동의를 얻어오라며 서류 보완을 요구한 상황이다.

성북구청장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기숙사 문제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을 내놓지 못했다. 이승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고려대 기숙사 문제는 당장 대답하기 어렵다. 더 알아보겠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민병웅 자유한국당 후보는 "구정의 원칙은 주민 동의없는 일방행정을 펼치지 않는 것"이라며 "'건립이냐 아니냐'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대학생과 주민들 모두 공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승국 바른미래당 후보도 "학생 편의와 지역주민 생계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반응은 사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경희대·한양대와 달리 초기 단계인 고려대 기숙사 건립이 더 큰 반발과 갈등에 휩싸여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태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지금 후보자 신분에서 기숙사 문제에 대해 목소리 크게 낼 수 있는 사람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일단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새로운 구청장과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완공된 후에도 구청-경희대 소송 얽혀…임시 허가 상태
경희대 행복기숙사는 보다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건립 단계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두 곳과 달리 경희대 기숙사는 지난해 완공 돼 900여명의 학생들이 1년 가까이 지내고 있다. 문제는 현재 경희대 기숙사가 구청으로부터 1년짜리 임시 사용허가를 받은 상태라는 점이다. 이 허가는 오는 8월 만료된다. 허가가 갱신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개관 1년 만에 다시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현직 동대문구청장인 유덕열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학생들이 피해를 받도록 하진 않겠다"면서도 "기숙사 진입도로인 경희대로를 공공대로로 사용하기 위해선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신재학 자유한국당 후보도 "경희대 기숙사 허가는 연장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백금산 바른미래당 후보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백 후보자는 "대학 기숙사로 인해 임대사업자의 공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면 해결될 문제"라며 "학생, 학교, 지역 임대업자 등과 토론회를 열어 객관적인 입장에서 모두를 위한 해결책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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