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생선을…'국민대 원룸 사기사건' 전말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8.06.04 12:00

빚 갚으라고 원룸관리 맡겼는데…'건물주 남편' 속여 대학생 전·월세 5.4억 빼돌려

서울 한 대학가 전신주에 원룸 임대 안내문이 여러장 붙어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신현우 기자

서울 성북구 국민대 인근에서 원룸 건물을 관리하던 60대 남성이 돌연 전·월세 보증금 5억4000만원을 들고 도주했다. 피해자 18명 중 대학생이 17명이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국민대 근처 한 원룸 관리인인 김모씨(60)는 2010년부터 건물주 대신 전·월세 임대차 계약 등 건물 관리를 맡아왔다.

대학생들은 학교 부근 전봇대 등에서 원룸 전·월세 광고를 보고 김씨에게 연락했다. 김씨는 본인을 건물주 남편이라고 속이면서 대신 전·월세 계약서를 작성했다. 학생들은 별 의심 없이 김씨와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건물은 총 4개 층으로 이 중 원룸 30여 세대가 2~3층에 있었다. 원룸 전세는 4000만~5000만원 선이었고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5만원 월세도 있었다. 방 크기는 고시원 정도인 3.3㎡(약 1평)에서 16.5㎡(약 5평) 정도였다.

김씨는 학생들과 전세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놓고 건물주에게는 월세 계약을 맺었다고 속였다. 가짜로 꾸민 월세임대차계약서를 건물주에게 보여주는 식이다.

월세 계약을 맺은 경우도 보증금을 실제보다 낮춰서 건물주에게 보고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5만원 계약을 맺어놓고, 건물주에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거짓말했다.

피해자 중 2명은 공인중개사를 끼고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건물주 대신 계약을 체결하려면 대리인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건물주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김씨의 말을 공인중개사조차 의심 없이 믿었다.

김씨의 거짓말은 결국 학생들의 전세금과 월세를 빼돌리기 위함이었다. 이 돈으로 빚을 갚고 생활비로 썼다. 전세금 상환일이 다가오면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을 받아 주는 일명 돌려막기식으로 해결했다.


김씨는 2015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의 전·월세 보증금 총 5억4000만원을 빼돌렸다. 어느 순간 돌려막기도 힘들어지자 김씨는 올해 2월 도주했다.

3년간 이어온 김씨의 사기행각은 올해 3월 막을 내렸다. 보증금 상환일이 다가왔는데도 돈을 돌려받지 못한 학생들이 건물주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김씨의 사기 행각이 들통 났다. 이어 세입자들은 경찰에 김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경기 광주 지인 집에 숨어 있던 김씨를 지난달 23일 검거해 26일 구속했다.

김씨는 원룸 관리일을 하기 전부터 건물주에게 2억원을 빚지고 있었다. 계속 돈을 갚지 못하자 건물주는 원룸 관리라도 하며 빚을 갚으라고 일을 맡겼다. 결국 건물주로서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빚을 갚고 생활비에 쓰려고 전세금에 조금씩 손을 대다 이렇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사기 혐의로 김씨를 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주는 김씨 대신 학생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향으로 피해를 보전해주고 있다"며 "반드시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소유자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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