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20대 청년농부 발효식품 전도사 꿈꾼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 2018.06.05 03:45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공희명가' 대표농부 최공희씨(28)…증조모부터 내려온 110년된 씨간장으로 장류 사업

-서울에서 대학졸업후 3년간 치과기공사로 일하다 귀농
-장류 브랜드 '공희명가' 만들어 '국민건강 지킴이' 자임

충북 청주 시가지에서 동쪽으로 25km 떨어진 상당구 미원면.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해 쌀 농사가 잘 되는 곳으로 유명한다. ‘미원(米院)’은 쌀농사를 잘 지었다 해서 ‘쌀안’이라고 불리운 것을 한자로 바꾼 말이다.

뛰어난 자연환경과 넉넉한 농심(農心)이 이 곳을 대표하는 자랑거리인 이곳에 한 20대 여성농부의 활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110년 된 씨간장으로 장류사업을 벌이고 있는 ‘공희명가’의 대표농부 최공희씨(28·여) 얘기다.

최 씨는 2015년 귀농했다. 시어머니가 별세한 2012년 귀농해 마을 이름을 딴 ‘농업법인 황골’을 세우고 장류 제품을 하고 있는 어머니 이경재씨(58)를 돕기 위해서다. 최씨가 가세하면서 황골에서 생산되던 누룩소금, 자염된장, 뽕잎소금, 자염간장 등 장류제품은 ‘공희명가’란 브랜드를 붙였다.

‘공희’란 이름은 스님이 지어 주셨다. ‘비울수록 행복해 져라. 마음을 많이 나누라’는 뜻이다. 비울수록(먹을수록) 건강해 지는 음식을 만들고 많은 사람에게 베풀겠다는 마음을 담아 ‘공희명가’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3년차 농부인 최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아버지 고향이 미원면일 뿐 그는 서울 토박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3년간 치과기공사로 일하다가 2년 전 황골마을로 왔다.

“5년 전 친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며느리인 어머니가 장독을 이어 받았어요. 3년 뒤 할아버지 마저 세상을 떠나셨는데 1350평(4462㎡) 남짓한 콩밭을 밑천으로 어머니가 먼저 장류사업을 시작하셨고, 저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오게 됐어요. 사실 치과기공사로서 일하면서 작업 중 발생하는 분진으로 비염과 결막염을 심하게 앓았어요. 매일 콧물과 눈물로 고생해야 했죠”


어머니와 함께 시작한 시골생활은 매 순간 새롭고 행복했다. 어머니가 해 준 발효
음식을 먹다 보니 약을 먹어도 낫지 않던 질병도 사라졌다. “어머니가 해 준 발효음식을 먹으면서 제 몸에 변화가 왔어요. 또 건강한 음식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사명감도 갖게 됐어요. 발효음식을 제대로 공부해야 보자는 동기도 커졌구요.”

장류 제조법은 원래 도제식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어머니 이씨는 달랐다. 시어머니에게 배운 전통방식을 고집하지 않았다. ‘하던 대로’ 하지 않고 최고의 장 문화를 구현하려 애썼다. 그래서 발효 명인 정철기씨(전북 남원)를 모셔다 딸 공희씨에가 장 공부를 시켰다.

공희명가에서는 옛 부터 내려오는 고서(古書)를 토대로 건강한 장류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조선시대에 쓰인 구황촬요, 증보산림경제의 내용을 해석해 장을 담갔다. 고서에 나오는 대로 콩을 삶는 게 아니라 쪄서 메주를 만들고 온습도 관리를 철저히 했다. 공희명가 장류는 유해 미생물이 적고, 유익한 미생물이 가득하다고 평을 받는다.

청년농부 최 씨는 꿈이 많다. 고서에 나오는 된장 만드는 방법을 모두 섭렵하는 것은 물론 발효학교를 세워 정철기 장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지식과 기술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발효식품을 교육할 수 있는 체험장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사회적 기업으로 ‘장 마을’을 만들어 마을 어른들에게 소일거리를 주고, 무료로 식사할 수 있는 작은 식당을 내는 것도 버킷리스트에 올려 놓았다. “장을 많이 팔아서 돈을 벌려는 욕심은 없어요. 다만 꾸준히 해 나가면서 우리 발효식품의 우수성을 보다 많이 알리고 싶어요. 건강은 균형 잡힌 식습관에서 시작된다고 하잖아요. 국민들이 좀 더 건강한 식습관을 갖도록 제 자리에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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