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마존 제국의 혁신과 파괴

머니투데이 이철환 단국대 겸임교수 | 2018.06.04 06:28

[기고]이철환 단국대 겸임교수(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요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은 아마 아마존일 것이다. 혁신의 아이콘이자 기업 생태계를 뒤흔드는 공포의 대상, 그리고 세계 최강의 권력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목하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세계 최고의 부자 제프 베조스가 CEO인 기업이 바로 아마존(Amazon)이다.

아마존은 1994년 시애틀의 작은 차고에서 인터넷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4년이 지난 지금 미국 온라인 지출의 40%를 점유하는 거대 공룡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주목할 점은 아마존은 더 이상 단순한 전자상거래 사업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클라우드 컴퓨터(아마존 웹 서비스· AWS), 인공지능(아마존 음성인식 서비스 Alexa), 콘텐츠(Amazon Prime) 등 IT기업으로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다 2017년 유기농 체인 홀푸드(Whole food) 인수를 계기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 융합하여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아마존 전체의 생태계를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그 결과 이제 아마존의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게 되었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파는(The Everything Store)’ 비즈니스 제국을 이룬 것이다. 물론 아마존도 위기의 순간이 없지 않았다. 2000년 창업 7년째를 맞이하던 해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그동안 M&A를 통해 사들인 주요 기업들이 2000년 닷컴 버블(Dot-Com Bubble) 붕괴와 함께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당시 월가에서는 1년 안에 아마존이 망할 거라고 보는 분위기였다. 2014년 한 차례 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였다.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폰(Fire phone)이 소비자 가전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으로 추락하면서 주가가 20% 하락했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런 위기를 딛고 일어섰고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 그 비결은 바로 혁신적인 경영원칙의 설정과 운용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단기성과보다는 장기성장 위주의 전략을 취했다. 단기적으로는 적자를 보더라도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판매해서 시장을 점령하고, 결국 고객들이 아마존을 떠날 수 없게 묶어놓는 장기적인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둘째, 고객중심을 넘은 고객집착(customer obsession)의 원칙을 취했다. 회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 500여개 중 400여개가 고객관련 지표이다. 그리고 아마존 임원회의 때는 늘 자리를 하나 비워놓는데, 이는 고객의 자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제프 베조스 CEO는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한다.

셋째, 데이터 중심의 원칙이다. 이는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경영자의 직관보다는 데이터에 더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유통비와 재고부담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넷째는 실패에 대한 관용 원칙이다. 베조스는 실수나 무능에 대해서는 혹독하지만 실패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그가 늘 강조하는 말은 “실패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이 없다. 될 일만 하면 많은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다섯째, 채용원칙의 혁신이다. 사내에서 면접관을 선발해 이들에게 채용의 전권을 맡기고 있다. 이들은 최소 100회 이상 팀원 인터뷰 경험이 있어야 하고 매년 적격심사를 받아야한다. 이렇게 선발 된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아마존 문화와 맞는지, 적절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검증한다.

여섯째, 팀 운용 원칙으로 제시한 '피자 두 판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회의 참여인원이 피자 두 판으로 식사를 마칠 수 있는 규모 이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부에 작은 팀들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아마존이 거대조직임에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이유이다.

이런 혁신 능력 덕분에 아마존은 가장 유망한 미래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 1/4분기 중 아마존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쟁쟁한 IT공룡기업들을 제치고 상장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더욱이 많은 전문가들은 1~2년 안에 애플까지 제치고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아마존은 창업 후 24년째 순이익이 제로에 가깝지만, 투자자들이 미래 가치에 기대를 걸고 주가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8년 중 시애틀 본사에 이어 제2본사를 북미 지역에 설치하겠다고 밝히자, 미국과 캐나다의 200여개 도시가 치열하게 유치경쟁을 벌였고 지금도 후보지로 압축 선정된 20개 도시들이 경쟁중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아마존은 파괴와 저주의 대명사이자 공포의 대상이 되어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는 아마존이 진출하면 거의 모든 산업과 기업들이 전례 없는 위협을 받으면서 초토화되기(To be Amazoned) 때문이다. 그동안 아마존이 뛰어든 산업에서 기존 기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심지어 아마존이 특정 분야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루머만 돌아도 관련 산업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2011년 대형 오프라인 서점 ‘보더스’가 문을 닫았고, 2017년 9월에는 세계 최대 장난감 판매업체 토이저러스(ToysRus)마저 파산을 신청했다. 월마트와 넷플릭스도 바짝 긴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아마존은 연관 기업들과의 상생과 협력보다는 아마존 자체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제국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는 보다 큰 기업 생태계의 구축이라는 시대적 소명의 실현에는 역행한다. 바로 이 점에서 아마존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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