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기술혁명이 유가 패러다임 바꿨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8.06.03 15:34

[널뛰기 油價]]⑤1·2차 기술혁명 거치며 셰일가스 채산성 20달러대 겨냥

편집자주 | 지난주 전국 휘발유 1리터당 평균가격 1600원대. 3년 5개월만의 일이다. 국제유가도 2년 6개월만에 25달러에서 75달러로 세배가 됐다. 배럴당 100달러 시대의 도래 가능성에 원유 100% 수입국인 대한민국의 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유가 100달러 경고등이 켜진 현재 유가 변수와 한국경제가 받게 될 영향을 재점검해 본다.

SK이노베이션이 2014년 미국 오클라호마주 광구에 마련한 셰일 생산시설. 이곳에서는 하루 2500배럴의 셰일이 생산된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셰일가스(셰일원유)는 이제 국제경기흐름과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의 수급과 함께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3대 축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OPEC이 감산 드라이브를 걸면 셰일가스 공급이 늘어나 급격한 유가 상승에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셰일가스가 생산 초기부터 국제유가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셰일가스는 지하 2k~4km 암반층에 갇혀 있는 원유와 가스를 뜻한다. 인류는 이미 19세기 셰일가스의 존재 여부를 알았지만 기술력과 채산성이 부족해 생산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8년초반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뚫고 올라가자 높은 채굴비용을 감수하고서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게 돼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됐다.

수직으로 시추한 후 수평으로 원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는 곳까지 뚫고 들어가 물과 모래, 화학물질을 분사해 굳어있는 암석을 파쇄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석유와 가스를 빼내는 방식이 도입됐다. 이른바 1차 셰일가스 기술혁명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 유가가 급락하자 개발 수익성이 떨어졌다. 당시 미국 셰일가스의 채산성은 70~80달러. 중동 산유국들은 국제유가 패권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유가 부양에 나서지 않았고, 이어지는 저유가에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파산이 잇따랐다. 미국 석유개발 서비스업체 베이컨휴즈에 따르면 2014년 1800개가 넘던 미국 유정 수는 2016년 510개로 급격히 줄었다.

이에 미국 셰일가스 업계는 채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개발에 몰두했고 '장공수평정 시추'와 '다중수압파쇄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2차 기술혁명이다.


장공수평정 시추는 지하 2k~4km대에서 시작되는 수평 시추 길이를 늘려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에서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기술로 시추단가를 대폭 낮추게 됐다. 다중수압파쇄는 수압파쇄 시 주입되는 모래와 물의 양을 늘려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기술이다. 기존보다 저가의 모래를 사용해 비용 부담도 줄였다.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되며 미국 셰일가스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손익분기점은 50달러를 거쳐 현재는 30~40달러까지 내려왔다는 것이 정유업계 중론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도입됐다. 미국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는 '셰일가스 2.0시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빅데이터가 셰일가스 2.0시대를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채굴 과정에서 발생한 경우의 수와 특이 상황이 데이터로 축적돼 이를 빅데이터로 분석, 실시간으로 채굴에 반영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셸 등 오일메이저는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다음 채산성 목표를 20달러로 설정해 둔 상태다.

셰일가스 혁명을 타고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급격히 늘어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13년 4896만배럴 수준이던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2015년 1억6974만배럴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3억배럴을 넘어섰다. 미국이 국제 유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 산유국으로 부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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