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1000대1 육박하는 코스닥 공모…묻지마 풀베팅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 2018.06.01 04:00

[코스닥 흔드는 벤처펀드]④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4개사 청약에 8.6조원 몰려

편집자주 | 모주 우선배정 특혜를 노린 수조원대 자금이 코스닥벤처펀드에 몰려들었지만 운용사들은 운용에 갈피를 못잡고 있다. 공모주식이나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혜택을 준다는 강제규정이 말썽이다.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은데 의무적으로 투자해야하니 부작용이 일어난다. 게다가 코스닥 벤처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쥐어준 당근이 다른 운용사나 투자자에겐 역차별로 작용한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면 이제라도 해법을 찾아야한다.


코스닥벤처펀드가 공모주 시장의 수급균형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특히 시가총액 500억원 미만인 중소형주의 경우 일반 공모 물량이 많지 않아 '묻지마 투자'가 가속화됐다. 기관에 비해 정보가 취약한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예상된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후 일반 공모로 코스닥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진행 중인 4개사의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793 대 1에 달한다.

제노레이(907.1 대 1) △현대사료(839.2 대 1) △세종메디칼(836.7 대 1)△파워넷(590.60 대 1) 등 4사 모두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들 기업의 공모규모가 100억~200억원대에 불과한 중소형 공모주라는 점도 경쟁률을 높이는데 한 몫했다. 각 기업의 공모규모는 △제노레이 138억원 △세종메디칼 305억원 △현대사료 101억원 △파워넷 232억원이었다.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들이 가능한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풀베팅'에 나서경쟁률이 폭등했다.

특히 이번 수요예측 과정에서 '의무보유 확약' 물량은 파워넷을 제외하고는 모두 30%대를 넘겼고, 발행사와 주관사에 사실상 매수조건을 위임한 '가격 미제시' 물량도 7.7~21.9%에 달했다. 이에 힘입어 제노레이·세종메디칼·파워넷은 공모가 상단 밖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의 높은 경쟁률이 기대감을 불러 일으켜 4개 기업의 일반 청약공모에는 청약증거금 8조5913억원이 몰렸다.


하지만 이들 기업 주가는 상장 후 아찔한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8일과 29일 코스닥에 입성한 제노레이와 세종메디칼은 각각 공모가 대비 99.6%, 54% 오른 시초가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그러나 제노레이는 31일 2만9950원으로 마감, 4거래일만에 상장 첫 날 종가 대비 25.2% 하락했다. 세종메디칼은 상장 후 이틀 연속 급등했지만 3일째에는 15% 이상 하락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적정 기업가치를 분석해 장기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수급에 기댄 단타매매에 주력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들이 떠안고 있다는 평가다.

공모주 시장에는 연 50조~60조원의 청약증거금이 오가지만 이를 연간 10조원이 안되는 국내 IPO시장이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 코스닥벤처펀드 자금까지 유입돼 공모주 고평가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을 공모주 30% 우선배정 투자로 끌어올려야 하는 운용사 로서는 사실상 장기투자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모주는 기관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보다는 상장 후 한두달에 거쳐 기관에서 개인으로 손바뀜되고 최대주주 보호예수가 풀리는 1년 후 주가는 공모가 수준도 지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벤처펀드로 자금이 현재처럼 유입될 경우 공모주 투자가 과열되고, 공모가가 적정 기업가치 보다 과도한 수준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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