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대한항공의 2대 주주로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6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박 장관은 "기금운용위원회 또는 산하의 의결권 전문위원회가 대한항공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기금운용본부로 하여금 공개서한 발송, 대한항공 경영진과의 면담 등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이 대한항공을 언급한 건 두 번째다. 박 장관은 지난 4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도 "대한항공 경영진 일가족의 일탈행위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에 영향을 주고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비공개로 대한항공에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임원에 대한 조치를 취했고 나머지 사안들은 수사 중이라 답변이 힘들다"는 입장만 국민연금에 전달했다.
국민연금이 경영진 면담 등 추가적인 조치를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장관은 "대한항공 경영진이 의미 있는 조치를 하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조속히 이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기관투자자의 의결 지침을 의미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연상케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공개서한 발송, 사외이사와 감사의 후보 추천 등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정부는 빠르면 7월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시행한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와 유사한 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스튜어드십 코드는 대한항공처럼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약 770여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지분율은 12.45%다.
국민연금기금을 총괄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선임은 지연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7월 이후 공석이다. 회의에 참석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여전히 후보 검증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후보 3명까지 압축했지만 최종 낙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박 장관은 "후보에 대한 검증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좀 문제가 있지 않냐는 시각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중기(2019~2023년) 자산배분안을 의결했다. 향후 5년간의 목표수익률은 5.3%로 정했다. 2023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비중은 주식 45% 내외, 채권 4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로 정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