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고객 만나면 일찍 퇴근해야 하나요?"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 2018.05.31 05:00

[the L] ['주52시간' 근로시대 ②] 점심시간은 원칙적으로 휴게시간…근로시간으로 인정받으려면 사전 보고해야



#영업사원 A씨가 근무하는 B사는 종업원 300인 이상의 회사다. B사는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를 점심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A씨는 이달 내 판매목표를 맞추기 위해 자발적으로 점심시간에 고객 C씨를 만나 점심을 대접하고 구매 계약을 따냈다. 다만 A씨에게 점심시간에 C씨를 만나라고 지시한 상사는 없었다. 그렇다면 A씨의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으로 간주될까? 이 때문에 주당 근로시간인 52시간을 넘길 상황이 되면 금요일에 일찍 퇴근해야 할까?

◇점심시간은 원칙적으로 휴게시간

오는 7월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당 법정 근로시간 한도를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회사 대표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휴게시간으로 간주됐던 시간들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점심시간이 대표적이다. 근로기준법 제54조는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이 1시간의 휴게시간을 점심시간으로 갈음해왔다.

그렇다면 A씨처럼 휴게시간에 '스스로' 일한 경우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상당수 변호사들은 회사는 휴게시간을 제공한 이상 근로자가 점심시간에 자발적으로 업무에 매진한 경우 이를 그대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근로시간의 정의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인 만큼 회사가 최소한 A씨의 업무를 지배하면서 지휘·감독한 경우에만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노동팀장)는 "근로자에 대한 회사의 지휘감독이 없는 점심시간은 통상 휴게시간으로 인정된다"며 "다만 회사가 점심시간에 반드시 고객과 만나 계약을 따내라고 지시했다는 등 감독관계로 인정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으려면 사전 보고해야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휴게시간에 자발적 근로를 했을 때 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으려면 △근로의 내용 및 목적 △소요시간 △식대 등 비용의 부담 주체 등을 회사에 사전 보고해야 한다고 봤다.

양지웅 중앙노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휴게시간에 한 자발적 근로를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이를 증빙할 요소를 회사에 사전 보고할 필요가 있다"며 "별도의 증빙요소가 없이 사후에 인정해달라고 한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론상 평일 점심시간을 모두 근무시간으로 인정받는다면 주당 52시간을 꽉 채워 근무하던 근로자는 금요일에 '5시간' 일찍 퇴근해야 한다. 예컨대 매일 오전 8시 정각부터 오후 7시24분까지 주 52시간을 모두 채워 일하던 근로자라면 주 5일 점심시간 5시간을 전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게 될 경우 금요일에는 5시간 이른 오후 2시24분에 퇴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근로시간 보수적으로 통제해야"

근로기준법상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얻어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넘어 근로할 수 있지만, 이 '특별한 사정'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특별한 사정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자연재해와 재난관리법상의 화재·붕괴·폭발· 등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연장근로를 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우기(雨期)나 강풍 등이 있고 원청사 현장의 전체 공정진행률, 공기단축 등의 필요에 따라 불가피하게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데 이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냐'는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기영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장기간 동의나 인가를 통해 52시간 이상 근로가 지속될 경우 근로기준법 취지를 잠탈하려는 편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기업이 근로시간을 보수적으로 통제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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